"거지도 QR 코드로 구걸"…모바일 결제 대국된 중국
“중국에선 거지도 QR 코드로 구걸한다.” 중국 모바일 결제의 편리함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한국의 핀테크산업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에서는 휴대폰 결제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현금 중심 사회’에서 ‘모바일 결제 사회’로 곧바로 전환한 사례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2011년 모바일 결제 규모는 1000억위안(약 16조6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60조위안(약 1경원)으로 급팽창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PC보다 훨씬 높은 반면 신용카드 보급률은 10% 안팎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중국에 모바일 결제가 선풍적으로 확산된 이유는 편리성이다. 모바일 결제 앱(응용프로그램)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나 텐센트 위챗페이는 복잡한 인증 과정 없이 정사각형의 QR코드만 스캔하면 몇 초 만에 결제가 끝난다. 대형 할인마트와 일반 상가뿐만 아니라 길거리 노점에서도 휴대폰 결제가 가능하다. 이런 기세라면 무현금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텐센트는 매년 8월8일을 ‘무현금의 날’로 지정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위챗페이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 내역으로 개인 신용지수를 평가하기도 한다. 알리페이를 서비스하는 앤트파이낸셜그룹의 ‘즈마신용’은 알리바바의 각종 서비스 결제 내역과 알리페이를 통한 요금납부 상황 등 데이터를 통해 개인 신용지수를 점수화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이 발표한 ‘2017 핀테크 도입지수’에 따르면 중국의 핀테크 도입률은 69%로 조사대상 20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모바일 결제 강국이 된 이유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가 까다롭지 않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상대적으로 둔감한 사회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는 또 비(非)금융회사에 무(無)점포 온라인 전문은행 설립을 시범적으로 허용하고, 비금융사의 펀드 운용을 허가하는 등 핀테크산업을 꽃피울 수 있는 토양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