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정책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정책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지배구조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확산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글로벌 투자기관 7개사를 상대로 '2017 회계개혁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던 20년 전에 비해 한국의 경상수지, 기업부채, 외환보유액 등 펀더멘털은 견고해지고, 코스피 지수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선진 제도들은 아직 우리 기업환경에 뿌리내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회계부정 등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회계개혁, 기업지배구조 공시 확대, 스튜어드십코드 확산 정책을 펼칠 방침이다.

우선 지난달 31일 공포된 회계개혁법은 내년 1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회계개혁법 시작 전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상장기업들은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며, 상장회사협의회는 상장기업의 회계업무 담당자를 등록·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회계업계는 가장 유의해야 할 사항을 회사와 감사인이 함께 선정해 감사보고서 본문에 기재하는 '핵심감사제'를 전면 도입하는 등 감사품질관리에 내실을 기하기 위한 노력 중이다.

최 위원장은 "기업의 회계정보와 함께 지배구조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기업이 자율적으로 공시하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평가가 신뢰성 있게 이뤄지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의 핵심원칙 10개에 대해 상장사가 지배구조 보고서를 작성해 자율공시 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달 1일 기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공시한 기업은 코스피 상장사 784개 중 70개사로 참여율이 9.36%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저조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기업지배구조 공시를 현행 자율공시에서 의무공시로 단계적으로 전환 추진할 예정이다. 거래소 공시규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장협‧거래소 등과 협의해 다음 달 중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이날 최 위원장은 시장에 의한 감시기능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에 의한 감시기능'도 매우 중요하다"며 "이 부분은 작년 말에 제정된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고 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민연금 가입자, 자산운용사 투자자, 보험 고객 등 위탁자가 맡긴 돈을 자신의 돈처럼 최선을 다해 관리·운용하는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행동지침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을 위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의 지분공시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면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정부는 공적 연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지분공시의무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했을 때에는 그 보유목적에 따라 보유 주식에 대한 공시 의무가 달라진다. 보유목적이 '경영권 영향'인 경우 '단순 투자'일 경우에 비해 주식 보유상황을 보다 상세히, 더 신속히 보고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만약 5% 이상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공시한 경우 적극적 주주활동이 경영참여로 간주돼 공시위반에 해당될 것이란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공적연기금은 보유목적에 구애받지 않고 약식보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연금 상장회사협의회, 금감원 등과의 협의를 거쳐 이달 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관투자자에게는 외부감사인 지정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자에 한정해 감사인 지정 신청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회계개혁 테스크포스(TF) 등을 통해 상장사 등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를 거친 후 외부감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내년 2월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이러한 모든 노력들을 통해서 우리 기업의 경영투명성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 자본시장이 한 단계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한국 자본시장이 근본적인 혁신을 해 가는 과정에서 중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숨은 기회를 포착해 내는'현명하고 민첩한(agile)'투자자가 되어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