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커머스 업체들 국내시장 편중돼 있어… 세계로 나가야"
11월은 세계적인 쇼핑 대목이다. 중국의 쇼핑 축제인 광군제(11월11일)가 동남아시아, 미국 등으로 퍼진데다 같은 달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11월24일)행사도 열린다. 아마존, 알리바바, 라자다 등 세계 이커머스 거인들이 11월을 앞두고 판매자 유치에 나선 이유다. 윌 로스 라자다 크로스보더 대표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류 콘텐츠로 날개를 단 한국 상품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다”며 “그에 비해 한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국내시장에 편중돼있다”고 말했다.

라자다는 ‘동남아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동남아시아 최대 이커머스 기업이다. 본사는 싱가폴에 있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6개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알리바바가 작년 10억달러(1조1200억원)를 투자하면서 이 회사의 최대 주주가 됐다. 라자다 크로스보더는 라자다의 국제 거래를 담당하는 자회사다. 올해 4월 취임한 윌 로스 대표는 라자다의 온라인페스티벌을 설명하고 판매자를 유치하기 위해 이번에 한국에 방문했다.

11월11일부터 12월12일까지 열리는 온라인 페스티벌은 라자다가 한 해중 가장 수익을 많이 벌어들이는 행사다. 작년 라자다 온라인 페스티벌에서는 12월12일 하루동안 4000만달러(445억원) 매출이 발생했다. 올해 행사에서는 역대 최대 매출을 낼 것으로 라자다 측은 기대하고 있다.

윌 로스 대표는 “과거 헐리우드가 청바지를 유행시킨 것처럼 한류 드라마와 음악을 통해 라인 메신저, 화장품 등이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한국은 아시아의 헐리우드”라고 했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한류의 인기가 한국 기업들의 무기가 되고 있다는 것. 그는 “한류는 한국 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며 “한류 팬들의 관심 범위는 화장품, 패션, 식품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얘기했다. 해외 이커머스 업체들이 한국 판매자들을 유치하려는 이유가 한류에 있다는 설명이다.

윌 로스 대표는 5년동안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쌓은 물류 노하우가 라자다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그는 “섬이 많은 동남아시아 지형을 극복하기 위해 물류 혁신을 이뤘다”며 “‘라자다 e로지스틱스라는 자회사’에서 직접 배송을 처리하고, 오토바이 택시 등 수단으로 배송해준다”고 말했다. 라자다는 한국 판매자들이 상품을 동남아시장에 판매할 수 있도록 올해 초 CJ대한통운과 협약을 맺고 한국에 물류센터를 세웠다. 판매자들은 주문이 들어오면 이 물류센터로 물건을 보내면 된다. 윌 로스 대표는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동남아까지 배송기간은 8~12일 걸린다”고 했다.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을 잘 알고 있는 것도 라자다의 강점이다. 윌 로스 대표는 알리바바가 라자다에 투자한 이유도 동남아시아 시장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라자다는 5년간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의 구매 정보를 빅데이터로 축적해 세세한 내용까지 분석했다”며 “분석 정보를 바탕으로 판매자들에게 가격은 어느 정도로 정해야 하는지, 타깃은 어떻게 정하고 마케팅 전략은 어떻게 펼 것인지 제안해준다”고 강조했다.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은 유통 시장에서 3%가량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의 이커머스 시장이 유통 시장의 12~14% 가량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며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은 평균 연령이 낮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많기 때문에 모바일을 통한 쇼핑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라자다 거래 중 75%가 모바일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라자다는 큐브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 드래곤 등 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들과 협약을 맺고 배우 이민호를 모델로 기용한 영상광고를 제작했다. 영상에서 이민호는 선글라스를 쓰고 등장한다. 윌 로스 대표는 “이 영상을 홍콩 지부에서 틀었을 때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며 “이 광고가 공개되면 소비자들은 라자다에 들어와서 이민호가 쓴 선글라스를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