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매각 위해선 지배구조의 안정 필요…차기 은행장 선정후 논의 가능"

채용비리 후폭풍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의 완전한 민영화를 위한 정부 잔여지분 매각이 내년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연내 잔여지분 매각절차 개시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적자금관리위원 교체와 채용비리 논란에 우리은행장 사퇴가 이어지면서 매각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채용비리 후폭풍에 우리은행 잔여지분 연내매각 어렵다
박경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고려대 교수)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잔여지분 매각을 위해서는 상당한 내부 지배구조의 안정이 필요하다"면서 "차기 은행장이 누가 어떤 방식으로 선정될지 결정이 난 다음에야 투자자들을 상대로 향후 지분매각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당장 은행장이 없는 상태에서 매각 논의를 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주가도 내려가 있고, 여러 가지를 감안했을 때 은행이 안정된 상태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함에 따라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서두르고 있지만, 연내 최종선임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은행은 5일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채용비리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 행장 대행으로 손태승 글로벌 부문 겸 글로벌그룹장을 선임했다.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이사회는 연말에 주주총회를 해서 정식으로 차기 은행장을 선임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달 초까지는 임추위가 최종 차기 은행장 후보를 정한 뒤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주총 3주 전에는 안건을 공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임추위 구성이 되지도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한 달 내에 차기 은행장 최종후보를 정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부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보유한 우리은행 잔여지분은 18.52%다.

정부는 올해 1월 31일 동양생명(4.0%), 미래에셋자산운용(3.7%), 유진자산운용(4.0%), 키움증권(4.0%), 한국투자증권(4.0%), 한화생명(4.0%), IMM PE(6.0%) 등 7개 과점주주에 대한 매각절차를 종결해 우리은행을 실질적으로 민영화했다.

이들 과점주주가 낙찰받은 우리은행 지분은 모두 29.7%로 정부보유지분을 넘어선다.
채용비리 후폭풍에 우리은행 잔여지분 연내매각 어렵다
정부는 당초 시장수요가 확인되고 매각여건이 조성되면 최대한 신속하게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과점주주의 기대이익과 수익을 고려하는 동시에 과점주주체제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매각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적자금관리위원 교체와 채용비리 논란으로 인한 우리은행장 사퇴가 맞물리면서 매각절차 개시는커녕 논의 자체가 당분간 어려워졌다.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의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됐고, 16일 만인 지난 2일 이광구 은행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공교롭게도 지난 17일은 금융위원회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 6명을 새로 위촉한 날이기도 했다.

이들 민간위원의 임기는 2019년 10월 17일까지 2년이다.

지난달 23일 민간위원장으로 선출된 박 위원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함께 공자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우리은행 주가는 지난 3일 기준 주당 1만6천500원으로, 시장에서 잔여지분 매각에 관한 관심이 컸던 지난 7월 1만9천650원에 비해 16.0%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초 7개 과점주주에게 매각했던 가격(1만1천800원)보다 39.8% 높으며, 공적자금 회수의 이익분기점(주당 1만4천200원)도 웃돈다.

박 위원장은 잔여지분 매각에 장애물로 지적됐던 우리은행의 지주사 체제 전환과 관련해서는 "매각 시점은 전환 전후가 모두 고려될 수 있지만, 지주사 전환은 상당히 시간이 걸려서 전환 전이 우선 고려되는 측면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