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모든 빅데이터 분석은 스토리텔링이다
전통적인 제조 중심의 사업자들은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정체된 사업이나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고, 신규 사업 성공을 위한 차별화된 혁신을 만드는 강력한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잘 모른다. 그래서 공부한다. 하지만 빅데이터와 관련 기술만을 공부해서는 비즈니스 가치 창출에 큰 도움이 안 된다.

[한경 BIZ School] 모든 빅데이터 분석은 스토리텔링이다
지난 글에서는 빅데이터라는 혁신 재료가 허구가 아닌 실재(實在)가 되기 위해서는 창의적 사고(思考)를 통한 가설 수립이 매우 중요하고, 그래야 창의적 변수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생각할 수 있는 만큼 분석할 수 있다.

두 번째 강조하고자 하는 점은 자연과학에 기초한 원인과 결과의 상관관계 추론 중심의 패러다임 사고적 분석보다는 행위의 의도나 의미중심의 맥락적 사고를 통한 분석을 해야 실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의 맥락을 잘 이해하는 스토리텔러의 이야기에 열광하듯, 데이터 분석가도 사업 환경이나 고객의 맥락을 잘 파악해 데이터가 이야기하도록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한다. 데이터 분석 능력을 기능이나 기술로 접근하면 가치를 얻어내기 힘들다. 빅데이터처럼 방대한 데이터 더미에서 분석을 통해 인사이트를 찾기란 쉽지 않다. 수백 개에 달하는 변수에 대해 교차분석을 해본다고 가정하면, 그 경우의 수만 해도 수억 개가 넘을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는 안 된다.

데이터 기능적 분석으론 혁신 못 해

비즈니스 환경이 복잡해지고 있다. 급격한 기술환경의 변화는 산업 간 경계를 무너뜨리고, 이로 인한 복잡성 증대가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가령, 구글이 다이어트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눔(Noom)을 인수해 얻은 식단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식품사업에 뛰어든다면 어떻겠는가. 국내 식품사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회사에 의해 무너질 수 있다. 식품회사라고 해도 전자 또는 통신회사와 경쟁 또는 협력관계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고객이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접근하고 구매하는 방법이 매우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보자.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파는 제약회사의 경쟁 대상은 대개 다른 제약회사의 제품일 수 있지만, 제품 자체가 아닐 수도 있다. 찜질방이나 마사지 같은 서비스가 직접적인 경쟁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분석해야 한다. 과거에는 특정 산업군에서 데이터분석을 했다면, 지금은 인간을 중심에 놓고 ‘의식주휴미락’의 전반적인 맥락으로부터 해당 산업에서 창의적인 가설 도출과 분석을 해야 한다. 고객 관점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고객의 상황과 구매 행동을 살펴봐야 한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입하거나 취득해 텔레마케팅을 통해 회원 구독을 유입하는 어느 교육회사의 분석 사례를 들어보자. 분석의 이슈는 데이터베이스(DB) 구입처별로 회원 구독 성공률에 차이가 있냐는 것이다. 이 말은 DB 구입처가 원인 변수로 분류돼 회원구독률이라는 결과 변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 얼핏 보면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있지만 이는 맥락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DB 구입 후 실제 영업 DB로 분류돼 영업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변수가 회원구독률에 영향을 주겠는가. 이를 단순히 DB 구입처별 구독률이라고 요약해서 분석해 봐야 인사이트를 얻기 힘들다. 설령, 차이가 난다고 해도 통제할 방법이 없는 변수이기 때문에 사실상 어떤 마케팅 활동으로 연계되기 어렵다. 자꾸 경직된 사고로 분석해서는 안 된다.

빅데이터 본질과 맥락을 이해해야

기업들이 빅데이터 분석을 기술이나 기능적으로 접근해서는 혁신적인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누가 가장 많은 돈을 벌었을까. 관련 기술을 개발하거나 제공하는 정보기술(IT) 솔루션 회사도 그렇겠지만, 빅데이터의 본질을 꿰뚫고 이해해 이를 잘 활용한 기업들이 아닐까. 그러니 우리는 빅데이터 관련 기술이나 분석 기능 자체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해온 중견기업이 빅데이터라는 혁신 재료를 가지고 신규 사업이나 기존 사업의 고도화에 활용하고자 한다면 다음을 유의해야 한다.

첫 번째, 창의적 가설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빅데이터는 허구일 뿐 가치가 없다. 두 번째,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를 요약해주는 것을 분석하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세 번째, 창의적 가설을 위해서는 사고(thinking)의 한계가 분석의 한계임을 인지해야 한다. 네 번째, 사고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에 대한 배경지식 및 인간에 대한 이해를 통한 맥락적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 다섯 번째, 맥락적 사고를 통해 분석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외부 데이터와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해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시장과 고객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데이터를 생산해내는 고객의 마인드와 행동에 대한 의미론적 본질로부터 지식을 쌓아가지 않고서는 창의적인 분석은 불가능하며, 혁신의 훌륭한 재료인 빅데이터는 허상일지도 모른다.

조성원 < 이매진팩토리컨설팅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