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기업경기 전망치 18개월째 부진…한경연 조사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의 기업 심리가 올해 호조세를 이어가는 반면 국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은 장기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시행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전망치는 96.5를 기록, 18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에 미치지 못했다.

IMF 외환위기 때인 1996년 7월부터 1999년 1월까지 31개월 연속 기준치 아래에서 맴돈 이후 최장 기록이다.

BSI 전망치가 100을 웃돌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작년 11월 89.9로 최저 수준이던 BSI 전망치는 지난 6월 99.1까지 상승한 뒤로 다시 떨어져 내내 90대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미국·중국 기업 심리 회복세인데… 한국 기업들은 '우울'
한경연은 "11월 전망이 부진한 것은 수출의 편중 효과와 내수 부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1∼9월 국내 총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5% 늘었으나 수출 증가율이 가장 큰 상위 3대 품목(44.4%↑)과 나머지 품목(9.9%↑)의 증가율 차이가 컸다.

내수는 민간소비가 3분기 0.7% 성장하는 데 그친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17분기 연속 증가하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중국, 독일은 기업들의 경기 판단이 올해 들어 '호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연에 따르면 3개국 모두 경기 판단 지표가 기준선을 넘은 동시에 올해 평균치가 작년보다 높아졌다.

반면 우리 기업의 전망치 평균은 지난해 93.6에서 올해 93.2로 떨어졌다.

송원근 한경연 부원장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4% 성장했으나 현장의 체감도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주요국의 기업 심리지표가 개선된 가운데 우리 기업 전망은 부정적으로 지속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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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BSI 실적치는 95.0으로, 역시 30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하회하며 부진했다.

부문별로 보면 내수(97.8), 수출(97.5), 투자(99.3), 자금사정(97.5), 재고(104.2), 고용(97.5), 채산성(99.5) 등 모든 부문에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G2 국가의 보호무역 강화 기조 등 기존의 부진 요인에 더해 10월 장기 연휴에 따른 생산 차질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