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발전소의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전환정책 추진으로 인해 멀쩡한 민간 발전 기업이 도산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존 투자 금액이 고스란히 손실 비용으로 처리되면 기업 부채비율이 최대 4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미세먼지 감축 대책으로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LNG 등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강압적으로 연료 전환을 추진하지 않고 업계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민간업체는 넋이 나간 분위기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정부 허가를 받고 진행하던 석탄발전 사업을 하루아침에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기존 관례와 달리 정부가 석탄발전 인허가 최종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 방침은 이미 확고하게 굳어진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번에 정부가 언급한 전환 대상은 SK가스 등이 추진하는 당진에코파워 1·2기와 포스코에너지가 추진하는 삼척화력 1·2기다.

당진에코파워와 삼척화력은 각각 2012년 12월과 2013년 7월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하는 등 수년 전부터 사업을 추진해왔다.

당진에코파워는 이미 최종 인허가 단계인 전원개발실시계획추진위 승인까지 받았다.

관련 사실을 관보에 고시하는 절차만 남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고시가 지연됐다.

삼척화력은 애초 지난해 7월까지가 공사계획 인허가 기간이었지만 행정업무와 인허가 절차 등에 시간이 걸리면서 작년 연말까지 연장됐다.

다시 지난 6월 30일까지 추가 연장됐고, 지난 7월에 또 6개월 재연장됐다.

당진에코파워는 지금까지 약 4천억원, 삼척화력이 약 5천600억원을 투자했다.

민간 발전회사들은 몇 년 전부터 추진해온 사업계획을 바꾸는 데 큰 비용과 상당한 시간이 들뿐만 아니라 석탄발전소와 LNG발전소는 입지 조건부터 다르다고 지적한다.

LNG발전소는 송전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요처인 도심 인근에 지어야 하지만 석탄발전소는 수입 석탄의 하역과 환경 문제 등으로 항구 인근에 건설해야 한다.

민간 발전회사가 이미 확보한 발전소 부지는 원활한 석탄 공급을 위해 바닷가에 있어 LNG발전소를 지으려면 부지를 새로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LNG발전소의 사업성이 석탄발전소보다 낮은 점도 문제다.

우리나라 전력체계는 발전 연료가 저렴한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먼저 돌리고 그래도 전력이 부족하면 연료가 더 비싼 LNG발전소를 가동하기 때문에 LNG발전소는 석탄발전소보다 가동률이 낮다.

민간 발전업계 관계자는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LNG발전소를 건설하면 사업성이 없기 때문에 정부 방침은 받아들일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기존 석탄발전 사업이 취소되거나 이미 집행한 비용에 대한 보전 없이 LNG발전으로 전환되면 업체는 막대한 재무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포스코에너지가 집행 비용 5천158억원(부지 구입 비용 제외)을 손상처리하면 현재 180%대인 부채비율은 740%로 급증하게 된다.

포스코에너지의 현재 실질 자본총계는 9천83억원인데 손상처리 시 자본총계가 3천925억원으로 급감하기 때문이다.

상장사인 SK가스의 경우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되면서 지난 6월 13만원을 넘었던 주가가 지금은 9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업계 관계자는 "전환 대상 프로젝트는 모두 정부의 허가를 받고 추진된 사업"이라며 "정부 정책의 신뢰 차원에서라도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