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인 금호타이어를 품으려 채권단과 벌여온 긴 줄다리기를 끝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6일 금호타이어 자구계획안을 수용하지 않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금호타이어는 채권단에 중국 공장 매각과 유상증자, 대우건설 지분 매각 등으로 6천3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안을 냈다.

하지만 채권단은 실효성, 이행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은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 정상화 추진에 부담되지 않도록 현 경영진과 함께 경영에서 즉시 퇴진하고, 우선매수권도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은 전날 박삼구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모처에서 만난 뒤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나눈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박 회장은 채권단이 진행하는 자율협약이 힘을 받으려면 경영진 퇴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금호그룹 사옥에서 기자들을 만나 경영 퇴진에 대해 "결정권은 채권단에 있다"며 "할 수 있는 자구안을 최대한 설명했는데, 채권단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 금호타이어에 대해 해외법인 매각·인적 쇄신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금호타이어의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채권단과 자율협약이 성사되면 금호타이어는 당장 이달 30일 만기가 도래하는 1조3천억원 규모의 채권 상환 연기가 가능할 전망이다.

박 회장이 당장은 경영에서 손을 떼지만, 자율협약 체제 이후 금호타이어 재매각을 위한 입찰에 참여하는 길이 열려 있어 금호타이어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수년 뒤로 예상되는 경쟁 입찰에서 박 회장은 우선매수권이 없고,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어 금호타이어를 손에 쥘 가능성은 작다는 반론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