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미래 자원봉사는 다양한 주체와의 협력을 통해 실천해가야 한다.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들이 창업한 ‘달달한 오빠들’이란 사회적 협동조합 카페 설립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열린 달달한오빠들협동조합 카페 창업식에서 관계자들이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기업의 미래 자원봉사는 다양한 주체와의 협력을 통해 실천해가야 한다.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들이 창업한 ‘달달한 오빠들’이란 사회적 협동조합 카페 설립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열린 달달한오빠들협동조합 카페 창업식에서 관계자들이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김 매니저, 오늘 ‘깜놀’이었어! 아까 자원봉사 할 때 보니까 그 더러운 화장실 변기를 손으로 꼼꼼히 닦던데. 신세대는 이기적이라는 내 생각이 확 바뀌는 순간이었어.”

[한경 BIZ School] 기업이 자원봉사를 하면, 직원들이 행복한 까닭?
“하하, 사장님도 깜놀입니다! 고루하고 권위적인 줄만 알았는데 중증 장애인분들의 식사와 목욕을 정성스레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서 사실 좀 감동했습니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자원봉사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직급과 세대 간 벽을 허물고 마음의 소통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술자리나 워크숍 등으로는 알 수 없는 개인적 가치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인 것이다.

경영자들은 고민이 많다. 단기적인 경영목표 달성은 물론이고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 이해관계자들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 과중한 업무로 지치고 날카로워진 구성원 결속 등 복잡한 함수를 풀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모든 난제가 긴밀히 연결돼 있기까지 하다.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자원봉사 활동이 매우 효율적인 묘책이 될 수 있다.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 자원봉사는 구성원의 기업 소속감과 자부심을 향상시켜 직무 몰입도, 업무 만족도와 조직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기업이 사회적으로 추구하는 선한 가치를 선언이 아니라 활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에 의하면 행복지수 상위 10%의 구성원이 하위 10%에 비해 업무 만족도와 보상·인정, 대인관계, 일과 삶의 균형 등에서 30~58% 정도 높다고 한다. 행복한 직원이 일도 잘한다는 뜻이다. 영국 BBC가 전문가들과 함께 3개월간 슬라우(Slough)라는 소도시를 대상으로 한 ‘행복한 슬라우 만들기’ 실험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자원봉사를 하면 월급이 두 배로 늘어난 것만큼 행복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명까지 길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임직원 봉사활동 지원과 봉사활동 휴가제도, 표창제도 등 봉사활동 촉진제도를 도입한 기업이 70%가 넘는다. 임직원 1인당 연간 평균 봉사시간은 10년 전에 비해 2.7배 증가한 18.9시간이고, 10개 기업 중 6개사가 자사 임직원의 50% 이상이 봉사활동에 참여한다고 답했다. 자원봉사가 단순한 선행을 넘어 기업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기업 자원봉사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먼저 기업 자원봉사에 대한 의지다. 많은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는 자원봉사에 대한 회사의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경영 성과 압박이 가중되면서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된다. 경영 관점에서 보면 자원봉사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효과성이다. 당연히 기업이라는 특수성을 활용한 차별된 활동이 필요하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프로보노’ 활동이 중요한 이유다. SK브로드밴드에는 사회적 기업의 경영을 지원하기 위한 경영 컨설팅 자원봉사 조직 ‘PSG(Parenting Service Group)’가 있다. 기획, 마케팅, 홍보, 인사, 재무, 법률 등 사내 전문가들이 모여 사회적 기업이 직면한 경영문제를 해결해주는 자원봉사활동이다. 사회적 기업 형편상 엄두도 못 낼 경영 컨설팅을 기업 실무자의 자원봉사로 지원해주니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셋째로 기업 자원봉사 전문가 육성이다. 이는 기업은 물론이고 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 수혜기관에도 필요하다. 기업 자원봉사의 긍정적, 부정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역량이 절실하다.

기업의 미래 자원봉사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사회문제 해결의 효과가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소셜 임팩트를 촉발하는 역할이 아닐까.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와 협력하는 모델이 필요하다. 기업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주체 중 하나로 참여하는 것이다.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들이 창업한 ‘달달한 오빠들’이란 사회적 협동조합 카페 설립 과정이 좋은 예다.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의 창업은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성공모델이 없어 막연했던 꿈이다. 이 꿈을 위해 비영리단체와 사회적 기업가, 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의기투합했다. 사회적 기업가들은 창업 멘토로 나섰다. 비영리단체는 사업 진행과 모금에 헌신했다. 기업은 프로젝트 기획과 기업 안팎의 자원연계 등을 함께했다. 2년 가까운 노력 끝에 청소년이 주인이 된 사회적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이후 전국에 있는 많은 센터가 청소년 사회적 기업 설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이벤트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참여로, 노력봉사가 아니라 전문성을 발휘하는 프로보노 활동으로, 단독이 아니라 다른 주체들과 함께하며 새로운 성공모델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이 활동을 통해 기업은 사회문제를 깊이 이해하게 되고, 기업의 역량을 사회문제 해결에 접목하는 학습을 하게 된다. 비영리단체, 사회적 경제주체와의 긴밀한 네트워크도 형성하게 됐다. 4차 산업혁명의 진화 방향인 공유경제에 필요한 필수 요소들을 기업에 체화하는 소중한 배움의 터가 된 것이다.

기업 자원봉사는 더 이상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선행이 아니다. 기업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전략적 활동이다.

김도영 < CSR포럼 대표 dykim99@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