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기축통화 역할을 해온 비트코인이 결국 분열의 길로 접어들었다.

더버지 등 정보기술(IT) 전문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8시(현지시간)께부터 새로운 블록체인(공공 거래장부) 기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캐시(BCC)’ 거래가 시작되면서 비트코인이 둘로 쪼개졌다.

공식 거래를 시작한 첫날 비트코인 캐시 가격은 기존 비트코인의 10% 수준인 247달러(약 27만7628원)에서 400달러(약 44만9600원) 선까지 오르내렸다. 새로운 비트코인의 등장으로 가상화폐 가격 변동성이 더 커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BCC가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거래되기 위해선 채굴량이 더 늘어나고, BCC를 상장하는 거래소가 많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둘로 쪼개진 비트코인…가상화폐 투자 리스크 더 커지나
◆중국 채굴업자들이 주도

비트코인의 분열은 비트코인이 거래되는 블록체인 용량 문제 때문에 촉발됐다. 현재 비트코인이 거래되는 블록체인은 10분당 블록 1메가바이트(MB) 용량만을 생성하고 거래할 수 있다. 1초에 7개 거래만 가능한 구조다. 최근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참여자들의 거래를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하기 어려워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갈등이 커진 것은 블록체인 용량 문제 해법을 놓고 개발자와 채굴업자가 맞붙으면서다. 개발자는 블록에서 복잡한 서명을 분리해 처리 용량을 늘리는 방법인 ‘세그윗(segwit)’으로 ‘소프트포크(soft-fork)’를 진행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기존 블록체인을 유지하되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블록만 인정하는 방식이다. 세그윗을 거치면 비트코인 처리용량은 10분당 1MB에서 2MB로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채굴업자들이 소프트포크에 반대했다. 개발자 외에도 컴퓨터로 연산문제를 푸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는 채굴업자 등이 모두 동의해야 소프트포크를 시작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중앙은행처럼 중앙집권적인 의사결정기구가 없고 분권화된 의사결정구조를 따르기 때문이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존 블록체인과 호환되지 않는 새로운 블록체인에서 다른 종류의 가상화폐를 만드는 ‘하드포크(hard-fork)’를 주도한 것은 중국 채굴업자들이다. 비아(Via)BTC 등 일부 중국 거래소가 소프트포크에 반대하고 독자 노선을 펴겠다고 내놓은 것이 BCC다. BCC 진영은 기존 비트코인보다 더 저렴한 수수료로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도 혼란

기존 블록체인에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은 새로운 블록체인에서 동일한 수량의 BCC를 가질 수 있다. 분열 사태를 겪은 가상화폐는 비트코인이 두 번째다. 이더리움도 지난해 해킹 사고를 겪은 뒤 이더리움 클래식을 도입하면서 둘로 쪼개졌다.

시장에선 기존 비트코인과 BCC가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클래식처럼 둘 다 취급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BCC 가격이 기존 비트코인의 10% 수준이고, 이를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가 제한적이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비롯해 비트멕스, 비트스탬프 등은 BCC를 다루지 않겠다고 밝혔다. BCC를 인정하지 않는 거래소의 경우 기존 비트코인 외에 BCC는 취급하지 않는다.

코인원, 코빗, 빗섬 등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도 당장 BCC를 상장하지 않고 시장 반응을 살펴보겠다는 태도다. 코인원 관계자는 “이더리움 클래식은 채굴량이 늘어나면서 안정화됐다”며 “BCC가 주로 거래되는 중국 비아BTC가 발표하는 채굴량이나 거래량, 가격 등 지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