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김병관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기사를 보고 경방이라는 회사가 정말 문제가 많은 회사라고 느꼈습니다.”

지난 25일 한국경제신문이 A1면에 보도한 ‘100년 기업 경방, 한국 떠난다’ 제하의 기사를 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100년 된 기업이 최저임금 상승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서 공장을 이전한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김준 회장이 (기사에 언급된 대로) 얘기했다면 기업을 경영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벤처기업 출신 국회의원의 '기업 저격'
김 의원은 어떤 이유로 해당 기업을 비판하고 나섰을까? 근거는 이랬다. 우선 지난해 매출 2593억원에 당기순이익은 294억원이나 낼 정도로 수익구조가 좋은데도 최저임금 인상분을 감당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경방의 사업구조를 잘 몰랐던 모양이다. 베트남으로의 이전을 결정한 광주공장 면사생산시설은 경방의 섬유사업부에 소속돼 있다. 이 사업부는 2011년 이후 2013년을 제외하고 매년 적자를 내왔다. 2012년에는 적자 규모가 299억원에 달했다. 섬유산업이 워낙 사양산업인 데다 프리미엄화 등을 통한 혁신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방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2006년 타임스퀘어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섬유사업부의 적자를 메우며 광주와 경기 용인 등에 면사공장을 돌려왔다. 하지만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무려 16.4%나 오르는 것으로 결정나면서 노동집약적 생산구조를 갖고 있는 면사공장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경방 측 설명이다.

김 의원은 게임업체 웹젠을 창업한 기업인 출신이다.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 중소·벤처기업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덕분에 새로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초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다.

그럼에도 그는 페이스북에서 기업이 안고 있는 고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경제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그는 “섬유부문에 근무하는 전 직원 임금을 16.4% 올려준다고 가정하면 22억원의 비용이 상승한다”며 “22억원이 부담돼서 공장을 이전한다고 얘기하는 경영자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22억원이 많으냐, 적으냐의 문제는 기업 규모나 경영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판단의 문제다. 하지만 김 의원은 김 회장이 ‘22억원을 아끼려고 해외로 공장을 빼가는 기업인’이라는 식으로 규정해버렸다. 이어 “기업을 경영할 자격이 없다”는 공격까지 서슴지 않았다.

김 의원은 경방이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해외 이전을 결심한 사연에는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영세기업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김 회장의 걱정에도 마찬가지였다.

현직 국회의원이 현실적 어려움을 털어놓는 기업인을 이런 정도로 공박하는 것이 온당한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 또한 부족해 보였다. 가뜩이나 요즘 경제계는 새 정부 앞에서 잔뜩 주눅이 든 상태다. 그가 쓴 글에는 “경방에 대한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는 댓글도 달려 있었다.

고재연 산업부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