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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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파문 이후 위상이 추락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 구성에 간접 참여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해체 위기 속에서 해외 민간 네트워크와 싱크탱크 기능 중심으로 조직을 많이 축소한 전경련에는 이번 기회가 새롭게 정체성을 확보해 나갈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그간 해마다 미국상공회의소와 함께 한미 재계회의를 주관하고 대통령이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을 방문할 때 경제사절단 구성을 주도했다.

경제 5단체 가운데 특히 미국 관련 네트워크가 가장 탄탄한 곳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12일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이달 말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참여할 대기업 10여 곳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명단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 같은 대한상의의 요청은 한국무역협회 등 다른 경제단체와 직종 단체에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경련은 '국정 농단'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새 정부의 대외 경제 네트워크 관련 활동에서 완전히 배제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이번 경제사절단 구성 참여는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대한상의는 청와대 요청에 따라 각 기업에도 경제사절단 참가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그간 전경련이 경제사절단 구성에서 했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상의는 전경련보다 한미 대기업 관련 네트워크가 약한 편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이 주요 회원사인 전경련은 미국 업계와도 오랫동안 네트워크를 다져왔지만, 전국 17만 상공인을 대변하는 대한상의의 경우 대기업 회원 비중이 2% 내외 수준이다.

더욱이 4~5개월 이상 여유를 두고 경제사절단을 구성했던 예년과 달리 이번에는 시일이 매우 촉박하다.

이에 대한상의는 방미 경제사절단 구성과 관련해 노하우가 많은 전경련에도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경련은 지난달 중순 미국에 직접 경제사절단을 파견한 바 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이끈 당시 사절단에는 전경련에서 탈퇴한 현대차와 포스코를 비롯해 롯데케미칼, 효성, 삼양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경제인 모임인 BIAC 등 다자회의에도 한국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과는 매년 양국 재계회의를 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 THAAD) 문제 등 한국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민간 차원의 해외 네트워킹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이와 관련해 전경련의 역할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재계 총수 일부와 주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도 동행할 예정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9일 경제사절단 참여에 대해 직접 긍정적인 뜻을 비쳤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등도 이번 방미에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등도 경제사절단 참여를 놓고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