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파워독서] 철학자들, 그들은 여행길에서 무엇을 얻었나
“평생 권력을 누리고 산 사람도 오직 삶의 여정을 모두 마친 다음에야 행복을 판단할 수 있다.”

그리스의 현자로 알려진 기원전 6세기 무렵 솔론의 말이다. 그는 아테네에 법률을 선포한 직후에 여행을 시작한다. 소아시아의 끝자락에 있는 부국 리디아에 들렀을 때 크로이소스 왕은 아테네의 현인에게 자신의 엄청난 보물을 보여준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가”라고 물으며 “바로 당신이요”라는 답을 기대한다. 하지만 솔론은 “모든 일은 결말을 고려해야 하며, 무슨 일이든 어떻게 끝날지 숙고해야 합니다”고 답한다.

마리아 베테티니 외 11인이 함께 쓴 《여행, 길 위의 철학》은 근래에 우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예화로 시작된다. 집필진들이 모두 이탈리아에 적을 두고 있는 지식인들이다. 플라톤, 아우구스티누스, 아퀴나스, 니체 등 걸출한 철학자들의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룬 책이다. 철학자들은 때로는 탄압을 피해, 때로는 새 제자를 찾기 위해, 때로는 정치인들을 새로운 체제로 이끌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여행과 철학을 날줄과 씨줄을 엮여 옷감을 짜듯 만들어진 이 책은 바쁜 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할 여유를 준다.

플라톤은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펼치기 위해 시칠리아의 시라쿠사를 세 번이나 찾았던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기 위해 칼키스로 도피해 죽을 때까지 머무르기도 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40년 동안 여러 도시를 다니며 대중의 비판에 대항하고, 종교회의를 이끌고,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았다. 저자들은 “그의 모든 활동은 기회에 응답한 활동들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서양과 동양을 모두 경험한 마테오 리치의 눈에 비친 중국은 현대인들이 보는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무지하지만 자부심이 지나치게 강한 나라였다”는 그의 말은 현대인에게 “중국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나라”라는 말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활발하게 여행하면서 정치와 종교 그리고 과학이란 세 분야에 걸쳐 적극적인 소통을 펼친 라이프니치는 자기 세계에 갇힌 지식인들을 준엄하게 꾸짖는다. “굳건하게 자리 잡은 ‘학파’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 학자들의 성향인 ‘당파 정신’을 강하게 비판한다.”

영원한 여행자로 불리는 루소는 “나는 걷지 않고는 사색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걷기’에 대한 깊은 신뢰를 표했다. 우리에게 생소한 프랑스 철학자 멘 드 비랑은 내면 일기를 최초로 쓴 사람으로 “이동하지 않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방이 하나 필요하다”고 말한다.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면 이따금 현업과 관계없는 책과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꼭 물리적 여행이 아니더라도 시공간을 뛰어넘는 여행을 떠나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다양한 여행길을 안내할 것이다. 서문의 제목인 ‘철학자의 여행법’이 이 책의 성격을 정확하게 포함하고 있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