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충격 등으로 은행 대출이 어려워졌을 때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주요 제조업 중엔 금속가공 제조업의 수출이 더 많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3일 발간한 '수출기업의 금융구조와 수출 간의 관계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금융제약이 수출에 미치는 기업·산업별 상이한 효과에 대한 정책당국의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그간 수출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된 수출기업의 금융구조에 주목했다.

국내 거래와 비교해 국제무역에서 거래 상대방의 파산 위험성이 높고 거래가 성사되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수출기업에 무역금융의 중요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거래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할 때와 같이 수출기업이 돈을 빌리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면 2∼3년의 시차를 두고 기업의 수출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제약이 높은 산업일수록 금융비용이 오를 때 수출 감소 폭이 컸다.

보고서는 "차입금 의존도가 높고 유형자산 비율이 높을수록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려오는 제약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했다.

차입금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그간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수월하게 빌렸다는 뜻인 만큼 금융제약에 덜 시달렸다는 지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유형자산이 많은 점 역시 담보 자산이 많아 역시 금융제약에서 좀 더 자유롭다는 뜻이라고 보고서는 해석했다.

보고서는 "동일한 금융비용 상승에 대해 금융제약이 높은 산업일수록, 즉 차입금 의존도가 낮거나 유형자산 비율이 낮을수록 수출 감소 폭이 크다"고 분석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수출이, 수출 품목별로는 소비재보다 자본재와 원자재가 금융제약에 더 취약한 분야에 해당됐다.

수출 비중이 높은 컴퓨터·전자제품, 운송장비, 화학, 금속가공 등 상위 4개 제조업 중에선 금속가공제품 제조업종에서 금융비용 상승에 따른 수출 충격이 컸다.

보고서는 "은행의 건전성 지표와 관련해 장래 높은 수익성과 부가가치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산업을 식별해내는 등 대출심사 전문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금융제약에 따라 수출 감소분이 큰 기업에 한해 정책을 집중시킨다면 그 정책적 효과는 극대화되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