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벤처·소상공인 지원…실검 순위 변화 29일부터 공개
"AI는 유행 안 타는 중요 화두…변대규 의장 조언 많이 들어"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회책무 강화한다…600억 펀드 조성"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새 수장이 된 한성숙 대표이사가 취임 후 첫 언론 간담회를 열고 "투명하고 공정한 플랫폼(서비스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전하는 기술 플랫폼으로 네이버가 발전하려면 투명성과 공정성이 꼭 필요한 만큼, 사회 각계의 신뢰를 얻는 일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얘기다.

한 대표는 28일 서울 중구의 한 한식당에서 오찬 간담회를 열고 "실시간 검색어(실검) 제도를 바꾸고 네이버 서비스의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여러 정책에 대해 앞으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처럼 강조했다.

그는 논란이 되는 키워드를 강제로 배제한다는 의혹을 받아온 실시간 검색과 관련해 29일 오후부터 특정 키워드의 하루 치 실검 순위 변화를 볼 수 있는 '트래킹' 기능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공익사업에 쓰던 사내 기부금 예산을 '분수 펀드'라는 새 체제로 정비하고, 공익을 추구하는 벤처인 '소셜벤처' 등에 더 효율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공익 기부금은 작년 354억원이었다.

올해 분수 펀드에는 이 금액과 동일한 규모인 최소 350억원이 배정돼 소셜벤처를 위한 온라인 콘텐츠 제작이나 공익단체 지원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한 대표는 "지원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기부금 형태보다) 어떻게 돈이 쓰이고 어떤 성과가 나오는지가 명확한 펀드 형태의 운영이 낫다고 봤다. 네이버 사내 구성원도 더 적극적으로 사업안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수 펀드에는 소상공인·창작자·창업인을 돕는 예산인 250억원이 별도로 배정된다.

네이버가 벌여온 소상공인 지원 캠페인인 '프로젝트 꽃'의 후속 사업비 격이다.

이는 작년 프로젝트꽃 예산(53억원)보다 약 5배가 늘어난 액수라고 네이버 측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분수 펀드는 소셜벤처 등 공공부문 투자금 350억원과 소상공인 지원금 250억원을 합쳐 모두 600억원 규모로 운영된다.

이번 달 17일 취임한 한 대표는 구글·페이스북·텐센트·넷플릭스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대기업과 국내외에서 경쟁해야 하는 만큼 네이버가 갈 길이 순조롭지는 않다며, 새 수장으로서의 중압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네이버의 주력 글로벌 서비스인) 라인이 요즘 별로라는 얘기도 듣는다. 국내 사업도 놓치면 안 되고 라인도 살아나야 하고 사회적 책임 부문의 성과도 좋아야 하고 여러 일을 해야 하는 만큼 내부 의견을 잘 듣고 구성원의 경험을 모아가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현재 IT 산업의 핵심 화두로 AI를 강조했다.

네이버는 현재 대화형 인공 비서 서비스인 '아미카', 음성 검색 '네이버i', 자율주행차 등의 다양한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기술적 트렌드(유행) 용어가 나왔다가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지만, AI는 다른 것 같다. (AI 기반의) 사용자 추천·개인화 서비스만 해도 장기간 네이버가 힘쓴 분야인데, 현재는 내가 봐도 그 만족도가 낮지 않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외부인 출신으로서 첫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된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좋은 조언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변 의장은 기술에 대한 통찰력(insight)이 훌륭하고 셋톱박스 등 사업으로 끊임없이 세계 시장을 개척한 벤처 1세대"라며 "벤처 회사로 출발한 네이버가 기술 플랫폼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사회적 책임은 어떻게 져야 하는지 등에 관해 변 의장의 조언을 많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네이버 창사 이래 첫 여성 대표이며, 국내 포털 업계에서도 여성 수장 1호 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그는 숙명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IT 전문지 기자 생활도 거친 문과 출신 경영자다.

검색 서비스 전문가로서 2007년 엠파스에서 네이버로 이직했고, 네이버페이·브이라이브·네이버캐스트 등 주력 모바일 사업을 키운 공적 등에 힘입어 작년 10월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