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4 비전' 실패 평가 많아…'증세 없는 복지' 기조도 막 내릴 듯
'벤처 육성·국정 운영 중심에 일자리' 화두엔 긍정 평가…"계승해야"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 파면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을 겪으면서 4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아직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까지는 2개월가량이 남았지만, 대통령이 공석인 상황에서 사실상 새로운 정책 추진은 불가능하다.

경제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제하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비전하에 새 경제정책이 추진된다.

기존 경제정책은 이전 정부와 운명을 같이 했다는 점에서 창조경제, '증세없는 복지' 등 박근혜 정부의 상징적인 정책들도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 '474비전·창조경제' 역사속으로 사라지나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집약한 것이 이른바 '474 비전'이다.

'잠재성장률 4%'와 '고용률 70%'를 달성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동안 잠재성장률은 2%대로 추락했고 고용률은 임기 내내 단 한해도 70%를 달성하지 못했다.

국민소득은 3만 달러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박 전 대통령이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퇴진하면서 '474 비전'은 최종 실패로 결론 났다.

'474 비전'이 지표 중심이라면 이전 정부와 차별화되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은 '창조경제'였다.

박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핵심 국정과제로 창조경제를 내세웠다.

집권 초기에는 창조경제의 개념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있었지만 이후 창업활성화, 벤처 생태계 조성 등으로 조금씩 구체화됐다.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대기업과 연계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구축하면서 박근혜표 창조경제가 탄력을 받는듯했으나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부회장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비선실세' 최순실(61)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기업들이 동참한 것이 사실상 압박에 의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미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이 예산 투입을 줄이고 있고 지원을 맡은 대기업들도 비슷한 입장인 만큼 새 정부가 들어서면 창조경제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흔적 지우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정책도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3년 5월 140개 국정과제가 담긴 공약가계부를 확정, 5년간 134조8천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증세 없는 복지'를 추진하기 위해 세출 구조조정,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추진하겠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 등이 나타나자 증세 요구가 커졌다.

그해 말 대대적인 증세 대신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 과세표준 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천만원 초과로 낮추고 과표 1천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을 16%에서 17%로 1%포인트 올리는 '미세조정'을 택했다.

지난해 세법 개정에서는 소득세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현행 38%인 세율을 40%로 올려 적용키로 했다.

박근혜 정부는 그러나 야당을 중심으로 줄기차게 제기된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거부하면서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고수했다.

민주당, 국민의당 등 기존 야당은 복지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만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기간 이어져 온 감세 기조는 곧 끝날 것으로 보인다.

◇ '벤처 육성·국정 운영 중심에 일자리' 화두는 긍정 평가…"계승해야"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과'는 버리되 '공'은 계승해 경제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창조경제라는 화두를 던져 벤처를 육성하고 국정의 목표를 일자리로 잡은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 방향 자체는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창업 아이디어의 사업화, 판매, 유통, 해외 진출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2003년에만 해도 8천개에 불과하던 벤처기업이 지난해 3만3천개까지 늘어났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향후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해 간판을 바꾸기보다는 꾸준한 실행에 힘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적극적인 일자리 늘리기 대책을 편 것도 이색 도전이었다는 평이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넉 달이 채 되지 않은 2013년 6월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까지 고용률을 70%까지 높이겠다며 매년 고용률 목표를 제시했다.

비록 목표 달성은 매년 실패했지만, 이전 정부의 국정 운용에서 일자리 창출을 중심에 놓은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기재부 장관의 위상을 부총리로 높이고 경제정책조정회의를 경제관계장관회의로 격상시켜 힘을 실어준 점도 바람직했다는 평이다.

이전까지 경제정책조정회의는 차관이 대신 참석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부총리에게 경제 정책 전반의 컨트롤타워를 맡기고 경제장관회의를 15년 만에 부활, 약 4년간 모두 118회의 정기 회의를 열었다.

구조조정 등 각 부처가 단독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를 여러 부처 협의로 해결책을 내놓기도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성장률이 평균 2%에 그치다 보니 재원이 없어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이 탄력 얻기 힘들었다"며 "'선복지 후성장' 정책은 결국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창조경제 역시 손에 잡히는 결과 없이 흉내만 냈다"며 "그러나 의도는 좋은 만큼 정부 대신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계승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