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1월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1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9조2624억원으로 한 달 사이 9775억원 증가했다. 이는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10월 이후 사상 최대치다. 직전까지 가장 큰 증가폭은 5924억원이었다.

저축은행은 취약계층이 많이 찾고 금리가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보다 훨씬 비싸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실제로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를 보면 지난 1월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연 15.5%(신규취급액 기준)로 예금은행(3.39%)의 4.6배 수준이다.

소득 정체 등으로 서민들의 호주머니가 얇아진 데다 은행이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저신용·저소득층이 저축은행으로 많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1월 가계대출 통계를 보면 이른바 '풍선효과'가 뚜렷하다.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909조5281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제외)으로 한 달 사이 8524억원 늘었다.

예금은행 잔액은 2조888억원 줄어든 반면,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탁·우체국예금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2조9412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도 크게 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언제 꺾일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2017년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 2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0조9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한달 동안 2조9000억원 늘었다.

올해 1월에는 주택거래 감소와 금융권의 대출규제 영향으로 증가액이 585억원에 그친 바 있다. 지난달 증가액은 2010∼2014년 2월 평균(9000억원)의 3배가 넘는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2015∼2016년 2월 평균(3조3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박용진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이 2월에 다시 확대된 만큼 앞으로 증가세가 꺾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535조9000억원으로 2월 중 2조1000억원 늘었다. 한은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이 많이 취급된 영향으로 분석했다.

마이너스통장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등 나머지 대출 잔액도 174조3000억원으로 8000억원 늘었다. 올해 1월 7000억원 감소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설 연휴에 신용카드 결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증가 규모가 축소됐다. 2월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58조3000억원으로 4조4000억원 늘면서 증가액이 1월(9조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대기업 대출은 9000억원 증가에 그쳤고 중소기업 대출은 3조5000억원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 중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64조원으로 한달 사이 1조7000억원이나 늘었다.

지난달 은행의 수신 잔액은 1465조7000억원으로 13조9000억원 늘었다.

수시입출식예금이 기업의 결제성 자금 유입으로 8조5000억원 증가했고 정기예금은 지방정부의 자금 유입으로 7조5000억원 늘었다. 머니마켓펀드(MMF)는 한 달 사이 8조2000억원 증가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