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2년간 영업익 5천억 부풀린 혐의 추가기소…"후임 고재호도 답습"

대우조선해양이 2012∼2014년 수조원대의 회계부정을 저지르기에 앞서 2008∼2009년에도 분식회계를 자행했던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고재호 전 사장의 전임자인 남상태 전 사장 때부터 회계사기가 만연했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처럼 '부실의 전조'가 있었지만 바로잡지 못해 부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급기야 4조원대 국고 지원이라는 '재앙'을 초래했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사장 연임을 위해 경영 실적을 부풀려 발표하도록 지시한 혐의(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남상태(67·구속기소) 전 대우조선 사장을 추가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남 전 사장은 2009년 초 연임 결정을 앞두고 직원들에 2008회계연도 경영 실적을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에 맞추라'고 지시해 그해 영업이익을 2천29억원 부풀리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지시대로 대우조선은 회계상 비용 처리를 늦추는 방식 등으로 2008년 한 해 1조31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2009년 2월 연임에 성공한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조선 경기가 악화했음에도 경영목표를 무조건 달성해야 한다며 2009회계연도 영업이익도 원래보다 3천108억원 많은 6천845억원으로 부풀려 발표하도록 지시했다.

2년간 이익을 5천137억원이나 더 많이 낸 것으로 장부를 조작한 것이다.

검찰은 2010∼2011년 조선 경기 호전으로 실적이 좋아지자 그동안 회계처리를 미뤘던 비용을 뒤늦게 기재하는 식으로 대우조선이 장부를 정상화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대우조선은 후임 고재호(62·구속기소) 전 사장 재임 시절이던 2012∼2014년에는 조선 경기가 나빠졌는데도 3년간 무려 2조8천억대(영업이익 기준)의 분식회계를 하며 부실을 감췄다.

이 회계부정은 2015년 10월 4조2천억원대의 국책은행 자금 투입을 불러온 경영 부실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고 전 사장이 전임 사장의 회계부정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점에서 대우조선 대규모 분식회계 사태의 씨앗은 사실상 남 전 사장에서 비롯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남 전 사장은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 주식을 비싸게 인수하는 등 회사에 263억원대의 손해를 끼치고 지인 업체에 편의를 봐준 대가로 24억원가량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