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 파이 키워야 저소득 벗어난다
최근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 전체 취업자 2620만명의 평균 월수입이 320만원으로 조사됐다. 1300만명인 상용근로자는 338만원, 620만명인 임시·일용직은 150만원으로 나타났다. 무급가족종사 포함 자영업자도 640만명인데 이 중 1인 영세 자영업자가 약 400만명으로 평균 월수입은 100만원 정도로 조사됐다. 실업자도 100만명이다. 모두 합하면 1120만명, 전체 경제활동인구 2670만명의 42%가 월 평균수입 100만~150만원의 저소득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를 국민소득으로 계산해 보자. 2015년 한국의 명목국민소득은 전년보다 2.6% 증가한 1558조원이었다. 노동소득분배율이 63%여서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980조원이었다. 이를 2015년 전체 취업자 2590만명으로 나누면 월평균 315만원이다. 소득을 늘리려면 부가가치, 즉 파이를 키우는 길이 최선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일부에서 저소득층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최저임금과 임시·일용직의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포퓰리스트 정치인들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상용직 임금은 그대로 둔 채 임시·일용직 임금을 올리려면 국민소득 중에서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늘려야 한다.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 63%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사실상 근로소득이지만 통계상 기업이익으로 잡히는 자영업자가 선진국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설상가상 기업들도 부실로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다. 대기업은 지난 3년 연속 매출이 줄고 있고 설비투자도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여기서 임금을 더 올리면 기업의 해외 탈출만 재촉하게 된다. 결국 저소득 함정을 벗어나려면 기업투자를 활성화해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만들고 파이를 키우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런데 정작 기업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대기업 총수들을 장기간 출국금지하고, 구속하는 일이 다반사여서 우려가 적지 않다. 물론 잘못이 있으면 재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꼭 출국금지와 구속수사가 필요한지 법을 잘 모르는 경제학자로서는 추락하고 있는 한국 경제를 생각할 때 답답하기만 하다. 한국은 연간 140조원 정도의 설비투자를 하고 있는데 대기업이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대기업 총수들의 장기간 출국금지와 빈번한 구속이 초래할 투자위축과 그에 따른 일자리 위축 파장은 엄청나다.

더욱이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광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시대다. 다행히 삼성 LG SK 등 일부 대기업은 4차 산업혁명에서 핵심적인 모바일폰,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선박 석유화학 철강 등 1970년대 이후 한국을 먹여 살려오던 산업들이 저임금 국가인 중국의 추격으로 구조조정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첨단기업의 역할은 막중하다. 1700년대 중반 산업혁명에서 뒤진 국가들은 300여년간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했다. 4차 산업혁명에서 낙후하면 다시 얼마간을 우리 후손들이 후진국 신세로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형국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명저로 유명한 에이스 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2012년 방한 때 한국에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10개만 더 있으면 선진국이 된다고도 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첨단 글로벌 벤처기업을 인수합병하면서 신성장 동력을 확충해 나갈 수밖에 없다. 총수들의 인수합병 첨단 벤처기업 탐색을 위한 해외 출장 등 글로벌 경영이 중요하다. 죄는 묻더라도 과도한 출국금지와 구속을 최소화해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투자하고 일자리와 파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현명한 지혜가 절실한 때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