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8일 발표한 쇄신안에서 예상 이상으로 강력한 인사 조처가 단행되면서 사장단 인사도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삼성은 이날 쇄신안에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물론 미전실의 7개 팀장과 박상진 사장까지 모두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른 계열사에 전보되는 게 아니라 완전히 삼성 조직을 떠났다.

이는 과거 이학수 삼성 전략기획실장이 삼성 비자금 사건 등의 책임을 지고 현업에서 물러난 뒤에도 한동안 삼성전자 고문,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 등으로 재직한 것과 대비된다.

삼성 관계자는 "당시보다 훨씬 강력한 조치"라고 말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던 정현호 미전실 인사팀장(사장)까지 이번에 짐을 싸게 됐다.

미전실이 해체된 마당에 인사 실무를 담당할 책임자마저 공석 상태가 된 것이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미전실 팀장 7명의 동반 퇴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이처럼 전면적인 인사 조처가 단행된 것은 최순실-정유라씨 모녀에 대한 지원이 총수 구속 사태로까지 퍼진 것에 대해 이 부회장이 미전실에 책임을 물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어쨌거나 이번 인사로 삼성 사장단 인사는 오리무중 상태에 빠지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미전실 팀장들의 전면 퇴진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라며 "사장단 인사 등 앞으로 있을 일도 전혀 예측이 안 된다"고 말했다.

사장단 인사는 새로 임명된 경영진이 새해의 사업계획, 경영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였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미 사장단 인사는 때를 놓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이 나오는 5월께 사장단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기도 한다.

기소 시점에 인사가 날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이를 놓친 만큼 또 한 번 사건이 매듭지어지는 1심 판결을 전후해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올해는 사장단 인사 없이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날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 사태와 관련, 삼성SDI 사장에 대한 문책성 교체인사가 '원 포인트'로 이뤄졌다는 점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사장단 인사→신년 사업계획 구상·집행'이라는 통상적인 경영 흐름이 깨진 만큼 올해는 현재의 임시체제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결국 구속수감된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에 따라 사장단 인사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