恨(한)진해운 안되려면…해운 해법 못낸 정부 '자살골' 연장전서 만회하라
오는 17일 한진해운 파산이 선고되면 한국 해운업계는 현대상선을 주축으로 새 진용을 꾸리게 된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진해운과 거래하던 월마트 같은 대형 화주(貨主)가 사라진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업계 규모부터 크게 줄었다.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의 부재로 한국 해운업계는 10위권에서 밀렸다. 새롭게 국내 1위 선사가 된 현대상선은 세계 13위다. 현대상선의 선복량(실을 수 있는 화물량)은 법정관리 당시 한진해운(61만TEU)보다 25.2%가량 적은 45만6000TEU에 불과하다.

국내 선사 규모는 줄어든 반면 해외 선사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 세계 1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세계 7위인 함부르크수드(독일)를 인수했다.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세계 시장에서 국내 선사가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떨어진 경쟁력을 끌어올릴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분주해지는 해운업계

恨(한)진해운 안되려면…해운 해법 못낸 정부 '자살골' 연장전서 만회하라
다음달에는 국내 해운업계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다. 한진해운 미주노선 인수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컨테이너선사 SM(삼라마이더스)상선이 다음달부터 아시아노선 영업을 시작한다. 미주노선은 오는 4월부터 운영한다. 현대상선을 잇는 제2 국적 선사로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다. 매출은 내년 1조원을 시작으로 5년 내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국내 선사 간 협력도 확대된다. 현대상선은 아시아지역 노선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중소 해운선사인 장금상선, 흥아해운과 맺은 전략적 동맹(얼라이언스)을 다음달 출범시킨다. 명칭은 ‘HMM+K2 컨소시엄’이다. HMM은 현대상선 영문 회사명이고 K2의 K는 코리아를 의미한다. 한국 해운업의 경쟁력과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취지에서 한국선주협회가 주도했다. 한국선주협회 측은 “국내 선사 간 전략적 협력을 하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사 재무구조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한국선박해양도 본격 사업에 나선다. 정부가 내놓은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이다. 한국선박해양은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12척을 시장 가격에 인수하기로 했다. 현재 선박 시가는 장부가보다 낮다. 한국선박해양은 시가로 배를 매입한 뒤 시가와 장부가의 차액만큼을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매입을 통해 해운사에 투자해 자본을 늘려줄 계획이다.

◆국가적 차원 관리 이뤄져야

해운업계에선 이런 ‘심폐소생술’이 성공하려면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도에 그치지 않고 발전 방안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이끌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기환 한국해양대 해운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화주들 사이에서 한국 해운업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며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지금이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해운업 살리기에 몰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외적으로 한국 해운업의 생존 의지를 보여주면서 다시 신뢰를 쌓아가려면 정부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의 역할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운산업이 이렇게 무너질 때까지 해수부의 역할이나 존재감은 미미했다”며 “해운산업을 이해하고 발전시킬 정부 주도의 컨트롤타워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움직이느냐가 한국 해운업의 생존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