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밤샘 조사를 받고 나와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차량에 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돼 22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밤샘 조사를 받고 나와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차량에 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돼 22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통령 지시로 나랏일을 도왔는데 뇌물죄로 처벌하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이 부회장이 사법처리된다면 향후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책임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어서 새해 벽두부터 재계가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구속영장 발부 쉽지 않을 것”

법조계에서는 특검팀의 뇌물죄 적용 검토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최순실 씨에 대한 삼성 지원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특검팀 관계자는 “최씨가 30~40년간 박 대통령 돈을 가져다 썼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경제적 공동체’ 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를 대리인, 생활비 부담, 채권·채무 관계 등으로 한정한 바 있다. 판사 출신인 A변호사는 “특검 논리대로라면 오랜 친구는 모두 경제 공동체라는 것”이라며 “제3자 뇌물죄로 기소해도 대가성을 밝히기 쉽지 않은 사건인데 너무 무리해서 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법조계는 특검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실제 발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알려진 글로벌 기업 오너로 도주할 우려가 없다. 더구나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있는 상태다. 검찰과 특검이 이미 여러 차례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조사를 한 만큼 증거 인멸 가능성도 거의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세 번이나 압수수색을 했는데도 인멸할 증거가 또 있다고 판단했다면 수사가 부실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검찰 출신 B변호사는 “특검도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지만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는 면죄부를 얻기 위해 청구를 강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판사 출신 C변호사는 “특검이 영장 청구를 하더라도 법원으로서는 경제적 영향력이 큰 이 부회장을 구치소로 보내는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롯데 “독대 전에 특허 확대 결정”

이 부회장의 다음 소환 대상으로 거론되는 SK와 롯데도 긴장하고 있다. 롯데는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권을 받는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씨 측에 특혜 지원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SK와 롯데는 각각 지난해 2월과 3월 박 대통령과 독대한 직후 최씨 측으로부터 80억원과 75억원의 추가 투자 요구를 받았다.

롯데는 시종일관 “면세점 재선정 과정과 대통령 독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3월14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 대통령을 독대하기 전부터 정부가 내수 경기 활성화와 고용 문제 등을 고려해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내주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관세청도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활용해 위축된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5년 9월부터 면세점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면세점 특허제도 개선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시내면세점 특허 수 증가 방안은 작년 1월 기획재정부 신년 업무계획에 포함돼 발표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에 면세점 추가 특허 발급이 발표됐지만 정부가 이미 방침을 정했다는 주장이다. 신 회장과 박 대통령의 독대 전인 3월8일 기재부가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 일정(16일)을 발표했고, 이때 시내면세점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했다는 것도 롯데가 독대와 면세점 정책은 무관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롯데는 또 면세점 사업권을 다시 받기 위한 대가였다면 최씨 측으로부터 지원을 요청받았을 때 ‘밀당’을 했겠느냐고 항변한다. 롯데는 작년 3월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75억원을 요청받은 뒤 돈 대신 건물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부되자 35억원으로 줄여달라고 ‘협상’을 벌였다. 결국 지난해 5월에 70억원을 냈다가 다음달 돌려받았다.

고윤상/정인설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