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 ‘설 특수’ 기대 > 체감경기가 얼어붙었지만 백화점 매출 등 소비지표는 지난해 말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설 선물코너 모습.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대형마트 ‘설 특수’ 기대 > 체감경기가 얼어붙었지만 백화점 매출 등 소비지표는 지난해 말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설 선물코너 모습.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엇갈리는 경기지표] 12월 소비지표 깜짝 개선…경제 비관론 얼음장 밑에서 무슨 일이
기획재정부는 작년 12월29일 ‘11월 산업활동 동향 및 평가’ 자료에서 “소비 등 내수 회복세가 둔화되며 경기회복 모멘텀(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생산과 투자는 반등했지만 소비 부진이 향후 경기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었다.

경제 주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역시 한겨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68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75)보다 나빠졌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년8개월 만에 최저치(94.2)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백화점·대형마트 매출 등 일부 소비지표가 지난달 개선됐다는 내용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이 10일 나오자 시장은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일각에선 전체 도·소매업 판매 실적을 반영하지 못한 ‘반쪽짜리’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한다.

반대로 경제 주체가 지나치게 비관론에 젖어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체감경기 악화는 과도한 비관론의 결과일 뿐 실물 경기지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반도체 석유화학 업종 호황 등으로 수출 생산 투자가 일제히 호조세로 돌아서고 있다. 소비 역시 최근의 지표들이 ‘오프라인 판매’ 중심이라서 온라인 판매로 넘어가고 있는 소비 패턴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지표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갑은 닫지 않았다

기재부가 이날 공개한 작년 12월 소비지표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백화점·대형마트 매출이다. 전년 동월 대비 3.8%, 0.7% 증가했다.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시행과 소비심리 위축 영향으로 시장에선 대부분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백화점업계는 지난달 매출 증가 원인을 출점 및 증축 효과에서 찾고 있다. 신규 점포가 늘고 핵심 상권의 백화점 영업면적을 늘려 매상이 오른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신규 출점 효과를 제외하면 기존 점포 기준으로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지난달 매출은 2015년 12월 대비 각각 0.6%, 0.7% 감소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선 신규점을 제외한 매출 역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2일 신년 세일 개시 이후 8일까지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1%(신규점 제외) 늘었다. 2일부터 세일에 들어간 현대백화점의 같은 기간 매출도 작년 동기보다 13.3% 많았다.

◆‘선전했다’ 의견 나오지만…

다른 소비지표 역시 개선세다. 작년 12월 휘발유·경유 판매량은 8.6% 늘었다. 11월 증가율(6.6%)보다 높은 수치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L당 1500~1600원대로 상승한 것을 감안할 때 ‘의외’란 평가가 나온다. 카드 국내 승인액도 9.8% 증가했다. 지난해 10월(12.4%), 11월(11.7%)보다 증가율이 낮지만 김영란법 시행과 국정 불안 등으로 급속히 악화된 소비심리를 감안할 때 선방한 것이란 분석이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12월 속보지표가 당초 걱정했던 것보다는 많이 꺼지는 모습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패턴 변화도 반영 안 돼

소비 체감지표는 소비패턴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일종의 ‘착시’란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소비 방식이 백화점·대형마트·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중심에서 오픈마켓(G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이나 소셜커머스(쿠팡 티몬 위메프 등) 등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체감지표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집계된다.

작년 11월 전체 소매 판매액에서 온라인 쇼핑 거래액(6조874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7.9%로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온라인쇼핑 판매액도 같은달 20% 이상 급증할 정도로 소비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황정수/정인설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