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상 최대인 1조원여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미국 IT기업 퀄컴의 주가가 급락해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2조7천억 원 가까이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29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상장된 퀄컴의 주가는 28일 전 거래일보다 2.23% 떨어진 65.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전날보다 22억1천533만 달러(약 2조7천억 원) 줄어든 971억529만 달러(약 118조 원)로 쪼그라들었다.

이날 퀄컴의 경쟁사인 인텔 주가가 1.19%, 브로드컴은 1.16% 각각 떨어졌지만, 퀄컴은 낙폭은 이들보다 컸다.

공정위는 전날 퀄컴에 칩세트(chipset) 특허권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사상 최대인 1조300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지금까지 최대 과징금은 2010년 4월 판매가격을 담합한 6개 액화석유가스(LPG) 공급회사에 부과한 6천689억 원이었다.

휴대전화 생산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보유한 퀄컴은 2009년 11월부터 7년간 삼성이나 인텔 등 칩세트업체에 이를 넘겨주지 않거나 사용을 방해하면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했다.

퀄컴은 이어 이렇게 강화된 칩세트 시장지배력을 지렛대로 삼아 칩세트 공급 중단 위협을 가하며 휴대전화 제조사와 특허권 계약을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체결했다.

칩세트 매출과 특허 사용료를 포함한 퀄컴의 전 세계 매출액은 지난해 251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특허 사용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다.

금액으로는 79억 달러, 한화로는 약 10조 원에 육박한다.

퀄컴은 국내에서도 연간 약 1조5천억 원의 특허 사용료를 받아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퀄컴은 입장 자료를 내고 "공정위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공식 서류를 받는 대로 시정명령의 중지를 요구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