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정책방향…성장동력 확충 위한 중장기 구조개혁에 역점
조기대선 가능성 등 정치상황 감안해 실제 집행 가능한 정책에 집중

정부가 29일 내놓은 '2017년 경제정책방향'은 구조조정과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위험요인에 대응하면서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정치권에서 요구한 내년 상반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일단 제외했지만, 가능한 모든 재원을 활용해 20조원 규모의 경기보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경제정책의 핵심 기조인 4대 부문 구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굵직한 새로운 정책들이 눈에 띄지 않는 데다, 실효성 있는 대책의 대부분이 연초에 집중됐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최근 조기대선 가능성까지 고려되는 불확실한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실제 집행 가능한 정책에 집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 美금리인상·트럼프에 국내는 수출·내수 동반부진…'첩첩산중'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0%에서 2.6%로 내렸다.

올해 전망치도 2.6%다.

예측대로라면 내년까지 경제 성장률이 3년 연속 2%대에 머물러 2%대 성장이 고착화된다.

앞서 2년 연속 2%대 이하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2.8%)∼2009년(0.7%)이 유일하다.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제 회복세가 예상에 못 미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로 경기 하방요인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국내적으로도 그간 수출 부진을 보완해준 내수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101.8까지 올랐던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유가 상승,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둔화 등으로 12월 들어 94.2로 곤두박질쳤다.

구조조정 국면에 최근 최순실 사태로 인한 정국 불안까지 가중되며 기업들은 쉽사리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월별 취업자 수는 전년동기대비 3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감소하던 자영업자가 올 3분기 들어 5만2천명 증가로 반전하는 등 고용의 질은 악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도 서비스업 고용에 부담 요인이다.

정부는 "내수 회복세가 둔화하면서 경기 회복 모멘텀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유가상승과 가계부채 상환부담, 구조조정 영향, 부동산 활력 약화 등이 중첩되며 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추경 빠진 20조원 경기부양책…'6개월 시한부' 평가도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경기·리스크 관리와 민생안정, 미래대비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우선 가라앉는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내년 20조원 이상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해 전체 예산의 1분기 조기집행률을 역대 최고 수준인 31.0%까지 끌어올리는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것이다.

민간·공공 일자리를 확대하고, 청년과 여성에 대한 고용 인센티브를 강화해 일자리를 창출하는가 하면 저소득층에 대한 생계급여 확대를 비롯한 소득기반 확충 방안도 마련했다.

다만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1분기 추경편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이번 경제정책방향에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내년 초 경기 흐름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년 1분기 추경이 법상 요건에 해당하는지가 모호한 데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불투명하고, 아직 올해 편성한 추경 집행이 끝나지 않은 점 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제정책방향이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조기대선 가능성이 커지는 등 불확실한 정치적 상황 가운데 보다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당장 단기적인 경기 부양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추경을 하지 않는 범위에서 20조원 추가 재정보강 수준이면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길어야 6개월 남은 정책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새 정권이 시작된다고 가정하면 다음 경제팀을 고려한 정책은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4차 산업혁명·구조개혁으로 성장동력 끌어올릴까
경기에 불을 지필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 가운데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대응 등 신성장동력 확충 방안을 공들여 마련했다.

글로벌 공급 과잉 상황이 이어지고 중국 등 후발국가들이 바짝 추격해오면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하고, 저출산·고령화까지 덮치며 인구 활력이 떨어지고 있어 중장기 관점의 구조개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경제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정치적 과도기가 있더라도 꼭 그때 해야 할 조치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면서 구조개혁과 미래대비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정부는 민관합동으로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신설해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맞춰 소프트웨어(S/W) 교육을 강화하고 노동부문 변화에 대응하는 등 4대부문 구조개혁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신혼 한쌍당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혼인세액공제를 전격 도입하는 것을 비롯해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각종 방안도 마련됐고, 노인연령기준 재정립 등 고령사회 진입과 관련한 논의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4대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마무리 투수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하며 "개혁에 대한 것을 정리해보자는 게 포함됐는데, 신규 과제들이 등장하기 어려운 만큼 하던 것을 계속하자는 취지는 바람직한 것 같다.

다음 정권도 이 부분을 참고하면 정부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