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계란 대란'으로 곳곳에서 씁쓸한 사례들이 목격되고 있다.

제빵 대기업의 계란 사재기 논란부터 중간 판매상들의 매점매석 의혹, 계란을 훔친 도둑까지 계란 부족 사태 속 어두운 소식들의 연속이다.

SPC는 직원들을 동원해 계란 사재기에 나섰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AI 사태로 계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최근 직원들이 소매점에서 계란을 사들인 것으로 밝혀져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방식으로 확보한 달걀은 최소 500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SPC는 일부 임직원들이 애사심에서 자발적으로 나선 것일 뿐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구매한 계란은 빵을 만드는 재료로 쓰지 않고 연구 및 교육용으로 사용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구매해야 할 제품의 크기, 품질, 구입처, 결제방법 등 구매 지침과 정산 방법 등을 상세히 담은 '전사 계란 수급 캠페인' 안내 문건이 공개되면서 거짓 해명과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연구나 교육용으로 사용된다던 해명과 달리 직원들이 구매한 계란은 공장에서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SPC 관계자는 "계란 공급이 여의치 않다는 소식에 구매 담당 부서에서 계란 소매 수집 방안을 내놨고 일부가 먼저 구입했다"며 "그러나 소매가격이 도매가보다 두 배나 높은 등 실효성이 떨어져 전사적으로는 실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SPC는 파리바게뜨와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 샤니 등을 보유한 국내 1위 제빵업체다.

빵 외에도 배스킨라빈스, 쉐이크쉑, 빚은, 파스쿠찌 등 다양한 외식사업도 펼치는 대형 식품기업이다.

SPC로서는 빵 생산에 필수적인 재료인 계란 확보가 그만큼 시급했고, 이 때문에 직원들이 소매점 등으로까지 계란을 찾아 나설 정도로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계란값이 급등하고 판매 수량도 제한돼 영세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이 사재기에 나섰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직원들이 계란 사재기를 한 SPC그룹의 행태는 '대체 대기업들의 탐욕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까지 품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계란 대란'이 현실화하면서 계란을 훔쳤다가 적발된 사건도 발생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22일 대구시 동구 각산동 식료품가게에서 계란을 훔친 혐의로 A(58·무직)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식료품 가게에서 200여m 떨어진 가정집에 사는 A 씨는 계란 5판(150개·시가 3만5천 원)을 훔친 혐의로 붙잡혔다.

이 외에도 '계란 대란'에 따른 잡음과 난맥상이 이어지고 있다.

당국은 AI 대처에 실패해 재앙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AI 역학조사위원회는 22일 "음식점 배달원 등 외부인의 출입관리조차 잘 안 될 정도로 도처에 구멍이 있다"며 방역 허점과 현장의 안일한 인식으로 AI가 역대 최악의 사태로 치달았다고 지적했다.

AI 발생 농장 대부분이 초기에 효능이 떨어지거나 검증 안 된 소독약을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AI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발생 농가의 87%가 효력 미흡 혹은 미검증·권고 제품 등 엉터리 소독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계란 대란'에 신선란 항공 수입 방안, AI 백신 개발 등의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계란값 급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일부 계란 수집판매상들의 '매점매석' 행위 조사에 나설 방침이지만 뒤늦은 조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