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 시설 증설을 세번째 연기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들이 LCD 생산을 줄이는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LG화학은 22일 경기 파주에 7000억원을 들여 짓는 LCD 유리기판 2·3호 공장에 대한 투자 시점을 올해 연말에서 내년말로 1년 미룬다고 공시했다. 2012년 4월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LG화학은 2014년 3월 한차례 투자시점을 연기한데 이어 작년 12월에도 투자를 1년 미뤘다. LG화학 관계자는 “LCD가격이 아직 완전히 반등하지 못하는 등 시장상황이 불확실해 투자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닝과 아사히글라스 등 소수 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LCD 유리기판 시장은 규모가 17조원에 이른다. 표면 처리와 내열성 등 제작이 까다로워 진입 장벽이 높다. LG화학은 여기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관계사인 LG디스플레이의 외부 의존도를 떨어뜨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들어 국내 LCD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줄이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2011년부터 LCD 패널 생산을 줄여온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7세대 공장까지 일부 폐쇄하며 생산규모를 줄였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도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2019년부터 노후 LCD라인 정리를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중국업체들의 증산으로 LCD가격이 장기적으로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중심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빠르게 넘어가는데 따른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LCD라인을 증설하고 있지만 운반이 어려운 유리기판의 특성상 한국에서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기도 힘들다”며 “결국 투자 계획을 접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