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는 성장 한계" 덴마크 바이오업체 등에 3조원대 투자계획

세계 최대 유리업체인 일본 아사히유리가 "유리는 이제 성장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 덴마크 바이오의약품 제조업체를 인수하는 등 사업 조정에 나섰다.

21일 아사히·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아사히유리는 덴마크 CMC바이오로직스에 600억엔을 투입, 내년 1월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종업원 530여명 규모인 CMC는 미국에도 거점 두 곳이 있는 바이오 업체로, 연 매출이 100억엔이 넘는 수준이다.

이번 인수는 첨단기술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아 부진이 예상되는 유리 분야의 '유리 천장'을 타파하기 위해서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CMC는 동물세포를 사용한 바이오의약품에서 노하우가 있으므로 미생물 활용에 강점을 가진 아사히유리와 보완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시마무라 다쿠야 아사히유리 사장은 "바이오의약품을 고수익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의·농약재료를 2025년까지 1천억엔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염화비닐수지를 생산하는 태국의 화학기업 비니타이를 지난 14일 335억엔에 사들인 데 이은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그간 구조조정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실제 아사히유리의 수익구조는 10년 전에 비해 크게 바뀌었다.

매출로는 지금도 유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염화비닐수지나 불소수지 등 화학제품의 공헌도가 40%로 가장 컸다.

앞으로도 영업이익률이 높은 화학분야에서 공세적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이번 2건의 인수를 포함해 2020년까지 5년간 3천억엔(약 3조450억원)을 기업인수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시마무라 사장은 올해 들어 "드디어 정체 기미에서 탈출했다.

이제부터 성장 국면으로 진입한다"며 공세적 투자 방침을 강조해 왔다.

아사히유리가 바이오 화학 분야 투자에 나선 것은 유리산업의 한계에 따른 것이다.

2010년에는 사상 최대인 2천292억엔의 연결 영업이익을 올렸고 그 중 80%를 액정관련 유리사업에서 벌었는데, 곧바로 이익 창출력이 약해졌다.

건축용 유리 부진까지 겹치며 4년째 이익이 줄면서 2014년 이익은 절정 때의 30%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공장폐쇄나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에 매달려왔다.

아사히유리는 구조개혁 마무리와 함께 재무기반도 튼튼해졌다.

9월말 자기자본 비율은 54%다.

현재 세계 유리산업은 대전환기다.

미국 소재업체 PPG나 프랑스 생고뱅(Saint-Gobain)은 유리 사업이 고전하면서 철수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식물소재의 셀룰로스나노파이버(CNF) 등 유리보다 가볍고 강도도 갖춘 신소재가 속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리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위기감이 아사히유리가 새로운 인수를 단행케 했다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