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이후 가파르게 튀어올라 16일까지 19.3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가치가 급락했다는 소식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일본은 엔·달러 환율과 주가의 상관관계가 높은 국가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 안전자산인 엔화를 사려는 수요가 급증한다. 엔화 가치 상승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게 보통이다. 일본 수출기업의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의 상황은 반대다. 엔·달러 환율은 6월 한때 100엔대를 밑돌았지만 지난 16일 118엔대까지 올라왔다. 달러화 대비 엔화의 가치가 반 년 만에 18% 떨어진 셈이다.

연말 랠리를 보이는 일본 증시와 관련, 대부분 전문가는 추가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가 오름세가 기업의 이익 개선 속도보다 가파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엔화를 저가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 일본 증시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장기 전망은 나쁘지 않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계획대로 3년간 아홉 차례 금리를 올릴 경우 엔화 약세가 장기 기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지속돼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 부담스러운 수준인 밸류에이션 문제가 어느 정도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외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요인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희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3년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이후 저수익성 사업을 통폐합하고 성장 업종을 중심으로 산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작업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며 “구조개편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