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서 집 사느라, 가구당 평균부채 6655만원…100만원 벌어 27만원 갚아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 국민들이 지난해 소득 100만원 중 27만원을 빚 갚는 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중산층의 부채 증가율은 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금리 국면에서 너도나도 빚을 내 집을 샀기 때문이다.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전국 2만가구를 조사해 20일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구 평균 부채는 6655만원이다. 1년 전보다 6.4% 증가했다. 2013년(7.5%)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부채 중 70.4%(4686만원)는 금융부채다. 금융부채는 전년 대비 7.5% 불어났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중산층으로 볼 수 있는 3분위(소득 상위 40~60%) 부채가 11.9% 급증했다. 증가율을 비교할 수 있는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연령대 중에선 40대 가구주 가구의 평균 부채 증가율(12.0%)이 가장 높았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은행 대출로 부동산을 산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목적을 설문한 결과, ‘거주주택 마련’이라고 답한 가구 비율은 2015년 37.9%에서 2016년 40.3%로 상승했다.

경기 부진으로 소득 증가율은 부채 증가율보다 낮았다. 지난해 평균 처분가능소득(소득 중 세금 사회보험료 등을 빼고 남은 돈)은 4022만원으로 2014년 대비 2.4% 증가했다. 소득은 찔끔 늘고 부채는 계속 불어난 탓에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26.6%로 치솟았다. 100만원을 벌어 약 27만원을 원금과 이자 갚는 데 썼다는 뜻이다. 2011년 17.2%를 기록한 DSR은 2012년 19.1%, 2013년 21.7%, 2014년 24.0%로 매년 상승했다.

가구주 직업별로 보면 자영업자 가구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속도로 커졌다. 지난해 자영업자의 DSR은 35.5%로 2014년(30.6%)보다 약 5%포인트 급등했다. 상용근로자(2.8%포인트), 임시·일용직(1.2%포인트)보다 상승폭이 컸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