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하만 주주미팅, 최태원 다보스포럼, 신동빈 결산이사회 등 차질

재계팀 =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 착수를 앞두고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연말·연초 해외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제공, 최순실씨 딸 정유라 승마지원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은 기업 총수들을 지난 주말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70일 동안 고강도 수사를 예고한 상태여서 이들 총수는 내년 2월 말까지 국내에 발이 묶이게 된다.

물론 명백한 사업상 사유가 있을 경우 한시적으로 출금 해제를 통해 해외출장을 갈 여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출금 자체가 주는 부담감 때문에 쉽사리 움직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내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쇼 CES와 내년 2월 엑소르 이사회 등의 일정을 앞두고 있다.

엑소르 이사회에는 사외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CES의 경우 근래에는 방문한 적이 드물었지만 이 부회장이 지난달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후 처음 맞는 대규모 행사여서 참석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더 중요한 일정은 삼성의 하만 인수와 관련된 후속작업이다.

세계 최대 전장기업 하만을 80억 달러(9조4천억원)에 M&A한 삼성은 내년 3분기까지 인수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하만 지분 2.3%를 보유한 애틀랜틱투자운용이 인수가(주당 112달러)가 지나치게 낮다며 인수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이 부회장이 직접 해외 주주들을 설득해야 할 상황도 펼쳐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주 설득은 오너가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아울러 글로벌 기업 오너들이 연말·연초 비공식미팅에서 사업 진척을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출국금지 조치가 장기화한다면 내년 1월 중순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다보스 포럼 단골 참석자이다.

미래 경제에 대한 식견을 쌓을 수 있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주요국 정상 또는 기업가를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에도 최 회장은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을 이끌고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석유화학이나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들과 함께 사업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다보스 포럼 전후로 예정된 중국 출장도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내년 1월 초나 말에 중국을 방문,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중국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 측 인사 등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은 다보스 포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출금 조치로 내년 1월에는 참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그룹의 전략거점인 중국 출장도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롯데는 일단 신동빈 회장의 출국금지 자체가 확실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신 회장의 출국금지) 보도를 접했으나, 아직 출금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약 출금이 사실이라면,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애로를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신 회장이 보통 연말에 일본과 미국 등으로 나가 직접 주요 투자은행이나 펀드 등과 롯데가 빌린 채권 등 금융상품의 새해 변경 조건을 협의해왔으나, 출금으로 해외 출장길이 막히면 올해의 경우 신 회장이 직접 나서기가 어렵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롯데 관계자는 "MBA, 노무라증권 출신의 신 회장이 금융상품 등에 관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항상 직접 조건을 협상해왔다"고 부연했다.

두 번째로는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매년 연말 열리는 결산 이사회에 신동빈 회장이 출금 조치로 불참하면 한·일 롯데를 총괄하는 '원(one) 리더'로서 원만한 경영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롯데홀딩스는 사실상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로서, 롯데 지배구조의 핵심 기업이다.

이 밖에 신 회장이 지난 6월 이후 검찰 수사를 겪고 10월에 준법위원회 설치 등 '뉴 롯데' 개혁 구상을 밝혔지만, 출금으로 발이 묶이면 개혁 '벤처마킹' 모델인 미국·유럽 경영 현장을 둘러 볼 수 없다는 점도 당장 아쉬운 대목으로 거론됐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