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투입을 대가로 16년간 우리은행을 옥죈 정부의 ‘족쇄’가 풀렸다. 정부가 과점주주 주도의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떼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임직원 성과급 체계와 인력 조정에서부터 대규모 정보기술(IT) 투자까지 단기가 아니라 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
'족쇄' 풀린 우리은행, 인력·성과급 체계 바꾼다
우리은행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16일 우리은행과 맺은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해지했다. 예보는 공적자금관리특별법에 따라 2000년 공적자금을 받은 우리은행과 MOU를 맺고, 매년 각종 재무비율 지표가 목표를 달성했는지 등 경영 전반을 관리해왔다. 예보는 재무건전성, 수익성, 자산건전성 관련 지표들이 목표에 미달하면 우리은행의 총인건비를 동결하는 조치를 했다.

우리은행에 특히 부담이 된 지표는 판매관리비용률이었다.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가 영업이익의 일정 수준 이상을 넘지 못하게 했다. 2015년의 경우 우리은행의 판매관리비용률 목표는 50.9%였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은 성과급 등 인건비를 자유롭게 쓸 수 없었다. 일정 규모로 제한된 성과급을 직원들이 쪼개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판매관리비용률 통제에서 벗어나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추가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초과성과급 지급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목표를 초과 달성하려는 의욕이 떨어져 생산성 제고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은행이 번 만큼 직원들이 더 가져갈 수 있게 돼 경쟁 은행 이상의 성과 달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원에게는 장기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다른 은행과 달리 임원에게 성과와 연동한 주식 등 장기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인력 조정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판매관리비용률 통제 때문에 명예퇴직 등을 통한 인력구조 개선이 쉽지 않았다. 명예퇴직에는 일시적으로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임직원 수 대비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1인당 조정 영업이익 통제에서도 벗어나 인력 채용 등에서 자율성이 확대될 것으로 금융권은 전망하고 있다.

일회성·비경상적 요인까지 포함하는 총자산순이익률(ROA) 목표 관리에서도 자유로워지면서 장기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대규모 비용을 필요로 하는 IT 시스템 투자의 경우 ROA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은행 경영진이 예보의 점검 부담을 덜어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측면도 있다. 예보는 그동안 우리은행에 매년 네 차례 서면 및 현장 점검을 벌였다. 앞으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예보와의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아도 돼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진다. 3년마다 받던 감사원 감사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우리은행은 내다봤다.

한편 우리은행은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한국투자증권 추천) 등 5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다음달 초 이들이 중심이 되는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려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은행권에서는 내년 3월 주총까지 임기가 연장된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 우리은행은 지주회사 전환 등 민영화에 따른 ‘은행 가치 올리기’에 본격 나설 전망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