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위기 극복의 해법을 찾기 위해 보고 중심이던 해외법인장 회의를 자유토론 방식으로 확 바꿨다. 하루 이틀 정도이던 회의 기간도 닷새가량으로 늘렸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창의적인 대안을 찾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방침에 따른 파격적인 변화다.
현대·기아차, 위기극복 해법 현장서 찾는다
자유롭게 의견 내는 ‘브레인스토밍’

18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법인장회의는 지난 15일 시작해 20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통상 상반기와 하반기 말에 한 번씩 해외법인장 회의를 연다. 반기마다 한 번씩 세계 전 지역의 법인장이 모여 글로벌 생산·판매 실적을 분석하고 시장 변화에 적합한 전략을 새로 수립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해외 생산·판매 일선을 책임지는 해외법인장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는 ‘브레인스토밍’ 방식의 회의를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지난주 시작한 회의에서 지역별, 현안별 법인장 간 사전 토론에 이어 현대·기아차 본사 임직원과 법인장 간에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법인장들은 지역별 사례 발표 등을 통해 시장 여건 등을 공유하고 최적의 대안을 찾으면서 내년도 사업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가 예년과 달리 올해 자유토론 회의를 새롭게 도입한 것은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환경에 유기적으로 대응하려면 각 법인장의 생생한 현장 경험과 분석 결과를 살려 해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정 회장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예년의 해외법인장 회의는 전 지역 법인장들이 큰 회의장에 집결해 돌아가면서 최고경영진에게 보고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혁신 해법을 찾기 위해선 일방적인 보고보다 자유로운 토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법인장 보고는 필요한 부분만 별도로 받기로 했다. 정 회장은 최근 주요 부문별 임직원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판매 18년 만에 감소

자동차업계는 내년 미국의 수요 감소 속에 글로벌 판매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 수요는 지난해 1747만대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뒤 올해는 정체 상태다. 금리 인상으로 자동차 할부금리가 올라가면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유럽 자동차 시장도 올해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운 뒤 내년부터 증가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지역 간 무역 장벽이 강화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은 자율주행, 전기차 등 기술 혁신과 세계 각국의 안전·환경규제 강화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매 방식도 소유 중심에서 카셰어링 등 공유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판매량은 70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 줄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감소할 전망이다. 813만대로 내건 올해 판매목표 달성도 사실상 실패했다.

현대·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법인장들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의 경험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가졌기 때문에 격의 없는 의사소통을 한다면 창의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