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새 68조 급증…저금리 장기화 영향

가계나 기업이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 가파르게 늘어 200조원을 돌파했다.

17일 한국은행의 통화량 통계를 보면 지난 10월 말 현재 시중은행,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 예금취급기관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201조7천687억원(중앙정부 보유예금 제외)으로 9월 말보다 6조6천700억원(3.4%) 급증했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요구하면 언제든지 조건없이 지급하는 보통예금, 당좌예금 등의 단기금융상품을 가리킨다.

유동성이 매우 높아 현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과 함께 '협의통화'(M1)에 포함된다.

통화량 통계에서 요구불예금이 200조원을 넘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요구불예금은 작년에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39조2천460억원(27.5%) 늘었고 올해 들어서도 10개월 동안 19조8천904억원(10.9%) 불어났다.

2014년 10월 말(133조5천424억원)과 비교하면 2년 사이 68조2천263억원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이 급증한 것은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1.25%까지 떨어지는 등 초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연 2%대인 저성장 시대를 맞아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을 찾기 어려워졌다.

코스피는 수년째 박스권에 머물러 있고 정기예금, 정기적금 등 저축성 예금으로 인한 이자 수익은 크게 줄었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를 보면 은행의 정기예금(신규취급액 기준) 가운데 금리가 2.0% 이상인 상품은 지난 9∼10월 2개월 연속 0%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가계는 장기금융상품보다 이자가 거의 없는 요구불예금에 돈을 맡기는 경향이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장기예금 등 다른 투자상품의 기회비용(포기해야 할 이익)이 줄어든 영향으로 요구불예금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투자 부진도 요구불예금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경기 부진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설비 등 투자에 머뭇거리며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지난 12일 산업은행은 국내 3천5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비투자계획 조사 결과, 올해 설비투자는 작년보다 0.8% 감소한 179조4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