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최태원 회장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SK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인사 폭과 시기 모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도 인사안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인사 시기가 평소(12월 중순)보다 빨라지고 인사 폭도 대폭이 될 것이란 분위기가 우세했다. 최 회장이 “변하지 않으면 돌연사할 수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변화와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당장 SK는 면세점 특혜 의혹 등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데 이어 특별검사(특검) 조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덩달아 인사 시점도 불확실해졌다. 당초 SK 내부에선 지난 주말이나 이번주 인사설이 돌았지만 불발됐다. 다음주 중 인사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선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망론도 여전하다. SK처럼 최순실 게이트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삼성과 롯데는 이미 정기 인사를 내년으로 미뤘다.

인사 폭도 소폭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판을 흔들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올해 SK 인사의 관전 포인트로 세 가지를 꼽는다.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SK 경영진 협의체) 의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의 거취다. 김 의장은 2013년부터 4년간 수펙스 의장을 맡아 ‘오너 공백’을 메웠다. 최순실 게이트로 그룹 안팎의 상황이 어수선한 만큼 당분간 유임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최 회장과 친동생인 최 수석부회장이 모두 경영에 복귀한 만큼 세대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 수석부회장은 지난 10월 형기가 만료됐지만 아직 사면·복권이 안 된 점이 인사에서도 변수다. 향후 5년간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특정 직책에 얽매이지 않고 그룹의 미래전략을 들여다보는 일을 하게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최 수석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등 에너지 신사업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올해로 4년째 하이닉스를 이끌고 있다. SK의 캐시카우(주 수익원)인 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지만 하반기엔 개선됐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 등 다른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모두 임기 2년째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