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는 2008년에 버금가는 ‘위기 국면’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내수·수출 동반 부진, 가계부채 급증 등 안팎에서 경보음이 요란하다. 전문가들은 기획재정부가 이달 하순 내놓을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 중장기 과제보단 위기 돌파를 위한 ‘6개월짜리 비상플랜’을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락하는 경기를 당장 살리지 못하면 국내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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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가결 이후] "내수 살릴 특단의 조치 취하고 6개월 위기관리 비상플랜 짜라"
◆외국인 소비 진작책 필요

시급한 단기 대책으론 ‘내수 살리기’가 꼽혔다. 올해 국내 경제를 지탱했던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가 내년엔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소비심리와 지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가장 즉각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재정정책을 적극 활용하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재부가 내년 상반기에 재정 68%를 집행한다고 했는데 이 중 대다수는 1분기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상반기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인위적인 소비 진작책’도 다시 꺼내들 만한 카드로 평가됐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국내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정치·사회 불안 때문에 자칫하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을 끊을 수도 있다”며 “각 소비재 수요를 늘릴 수 있는 한시적 세율 인하와 더불어 외국인 대상 할인 기간 확대 등을 통해 수요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 리스크 관리 강화해야

가라앉는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돼야 할 항목으로 꼽혔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와중에 기업 경쟁력이 계속 떨어진다면 수출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란 경고다. 유 원장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자율적인 사업재편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여건 마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환율 급변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출기업의 피해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의 환율 감시 강화로 외환당국의 운신 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환율이 한 방향으로 쏠리면 환 관련 파생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저소득자 지원방안 마련해야

가계부채 대책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미국발(發)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 자영업자 대출 등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급등할 경우 대응방안과 함께 저소득·저신용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통상 문제 등에 대한 대책도 필수 항목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행정부가 바뀌는데 정부의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성 교수는 “정부가 시나리오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시나리오별 정책과 조직구성 방안 등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 교수는 “정치·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구조개혁 이슈들은 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황정수/이상열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