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제한적 협력' 가능성에 무게
현대상선 "막바지 조율 단계" 내주 초 발표 예상


현대상선의 세계 해운동맹 2M 가입을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종 합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상황에서 양대 회원사 가운데 하나인 머스크가 현대상선의 가입을 원하지 않는 입장임을 시사하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면서 가입 불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은 "여전히 협상 중이며 막바지 조율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동안 협상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정부와 현대상선 채권단, 해운업계 모두 최종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현대상선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내주 초 최종 협상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현대상선이 2M에 합류하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경영정상화에도 어느 정도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는 게 해운업계의 전망이다.

2M은 덴마크 머스크라인과 스위스 MSC 등 세계 양대선사의 동맹이다.

세계 주요 해운사들은 2M을 비롯해 오션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 등 3개 해운동맹에 가입돼 있다.

해운동맹에 가입한 선사들은 선박과 수송 물류망 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있다.

동맹에 가입하지 못하면 경쟁력 면에서 다른 글로벌 선사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현대상선 채권단이 자율협약의 조건으로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과 함께 해운동맹 가입을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7월 2M과 공동운항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자율협약의 전제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며 산업은행으로부터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받았다.

한진해운과 달리 법정관리를 피해갈 수 있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인수해 현대상선을 세계 5위의 선사로 키워내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에 이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 인수에 실패한 상황에서 자율협약의 전제 조건이었던 해운동맹 가입까지 무산되면 정부와 채권단은 해운업계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게 된다.

현재 해운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의 2M 가입 자체가 불발되는 것보다는 제한적인 협력 관계에 그치는 '반쪽짜리 동맹' 방식으로 합류하게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현대상선을 2M에 정식 가입시키는 것보다 현대상선의 용선을 양도받아 2M 노선에 투입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협력 관계를 해운동맹 가입과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견해가 나온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동맹 가입이 아닌 '새로운 협력'이라는 것 자체가 정식 가입은 아니라는 의미"라며 "더 근본적인 문제는 완전한 해운동맹 가입이 아니라면 다른 글로벌 해운사와의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고 적자 구조 개선도 사실상 힘들어 글로벌 선사로의 재도약 가능성은 사실상 물 건너가고 경영정상화도 어려워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 실패가 곧바로 경영정상화 실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운사들도 있는 만큼 2M 가입 실패가 바로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해운동맹과는 차별화된 서비스 전략 등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