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최근 고액권 사용을 금지한 화폐 개혁 이후 빚어진 현금부족 사태 등의 혼란을 계기로 '현금 없는 경제' 실현을 위한 디지털 거래 활성화 대책을 시행키로 했다.

9일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아룬 자이틀레이 인도 재무장관은 전날 신용카드와 전자지갑 등을 이용해 주유비를 결제할 경우 0.75% 할인하는 등 11개항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온라인 열차표 구매시 최대 100만루피 상당의 사고 보험을 무료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생명보험 등 보험상품을 온라인으로 가입할 때에도 8∼10% 가격을 인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특히 전자태그(RFID) 카드를 이용해 도로 통행료를 내면 요금 10%를 인하하고 2천루피 이하 디지털 거래에는 서비스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인구 1만명 이하 마을 10만 곳에 카드결제 단말기를 보급하기로 했다.

화폐개혁 이후 기차표와 버스표 구매에 구권 지폐 사용을 허용한 경과조치는 10일 중단하기로 했다.

자이틀레이 장관은 "매일 4천500만명이 180억루피 규모의 휘발유와 경유를 구매한다"면서 "화폐 개혁 이후 주유소 전자결제 비율이 종전의 2배인 40%까지 올랐지만, 우리 목표는 현금 거래를 더 줄이고 디지털 거래로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폐 개혁 이전에 우리는 현금에 지나치게 의존했고 디지털 거래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이용했다"면서 "현금 거래에는 유무형의 비용이 들고 지나친 현금은 비행을 낳는다"고 덧붙였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9일 자신의 트위터에 "디지털로 혜택받자"는 글을 남기는 등 디지털 경제 이행을 지지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인도는 지난달 화폐 개혁으로 시중에 통용되던 전체 현금 규모 86%에 해당하는 지폐가 일시에 사용 중지되고 이후 신권 보급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성장률 전망이 하락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인도 최대 온라인·모바일 결제 업체 페이티엠(PayTM) 이용자가 화폐개혁 20일도 지나지 않아 10배로 늘어나고 모비퀵(MobiKwik), 프리차지(Freecharge) 등 다른 모바일 결제 회사들도 거래 규모가 급증하는 등 디지털 거래 관련 업체들은 새로운 도약을 맞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지난달 16일 인도에서 한 강연에서 "기존 고액지폐 유통을 중단한 것은 '지하경제'에서 '투명 경제'로 이행하는 중요한 조치"라며 "디지털 거래가 급격히 증가해 인도가 수년 내에 규모에서나 비율에서 가장 디지털화한 경제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도 제1야당 국민회의(INC)의 라훌 간디 부총재는 "페이티엠은 '모디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Pay to Modi)"이라고 비꼬면서 이번 조치로 농부와 서민은 고통받고 전자지갑 업체만 혜택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