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수요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 소고기가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특히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9일 관세청과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우리나라 소고기 수입량은 32만219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은 냉동·냉장 제품을 합쳐 지난해 1~10월 8만9천56t에서 올해 같은 기간 13만1천466t으로, 무려 47.6% 급증했다.

같은 기간 호주산 소고기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한 16만2천794t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증가 폭이 훨씬 큰 것이다.

특히 지난달 11~17일에는 주간 미국산 수입량이 5천230t으로 2011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앞서 10월에는 검역량을 기준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이 8년 만에 호주산을 밀어내고 수입 소고기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검역' 기준이 아닌 검역 이후 관세 납부까지 마친 '통관' 기준으로 보면 호주산이 아직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통관 기준으로도 호주산을 앞지를 전망이다.

실제로 통관 기준으로 호주산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올해 50.8%로 지난해(56.8%)보다 감소했지만, 미국산 소고기의 경우 35.7%에서 올해 41.1%로 시장점유율이 증가했다.

광우병 논란으로 한때 수입이 전면 중단됐던 미국산 소고기의 안정성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많이 변화한 데다 최근 가격도 많이 안정되면서 수입량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한우는 식사 가액 기준(3만 원)에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미국산, 호주산 등 전반적인 소고기 수입량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수입산이 시장을 점령하면서 국산 소고기 자급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고 있다.

국산 소고기 자급률은 2011년 42.8%, 2012년 48.2%, 2013년 50.1%로 오르다가 하락세로 돌아서 2014년 48.1%, 지난해 46.2%로 하락했다.

또 갈수록 한우 소비는 줄고 수입 수요는 늘어 자급률이 더 가파르게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황명철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장은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한우 수요가 수입고기로 대체되고, 동시에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경향이 짙어지면서 수급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올해 소고기 자급률은 작년보다 더 낮은 3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