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를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11.7%(5640만t)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신(新)기후체제’라 불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 체결에 따라 한국 정부가 국제 사회에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산업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목표치를 적절하게 제시했다고 하지만 산업계 반응은 다르다. 더구나 파리협정을 주도한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태도 변화 가능성을 보이는 등 대외 환경이 바뀌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만 애초 제시한 과도한 목표치에 맞춰 분야별 할당량을 배정해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철강 석유화학 順 할당량 많아

'기후협약' 힘 빠지는데…산업별 온실가스 감축 밀어붙이는 정부
정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 기본로드맵’을 심의·확정했다. 이는 파리협정에서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로 제시한 ‘2030년 배출전망치의 37%’(3억1500만t)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계획이다.

분야별로는 발전 부문에서 가장 많은 6450만t을 감축한다. 다음으로 산업(5640만t), 건물(3580만t), 에너지산업(2820만t), 수송(2590만t), 공공·기타(360만t), 폐기물(360만t), 농축산(100만t) 등 순으로 줄일 계획이다. 산업 부문 업종별로는 철강이 가장 많은 1700만t을 감축해야 하며, 석유·화학(700만t), 디스플레이(570만t), 전기·전자(480만t), 반도체(410만t), 자동차(340t) 등의 순으로 주어진 할당량만큼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산업계 “감당하기 힘들다”

정부는 이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치를 12% 내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2030년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총 배출전망치가 100이라면 12만큼만 배출량을 줄이면 된다는 얘기다. 이전의 국제 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에 따라 정부가 2011년에 발표한 감축률 18.5%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감축 수단이 부족해 목표치를 맞추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정조원 전국경제인연합회 환경노동팀장은 “정부는 신기술 도입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이미 최고 수준으로 추가적인 감축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지속발전기구(APP)에 따르면 철강을 1t 생산하는 데 한국 기업이 100 정도의 에너지를 쓴다면 일본은 104, 미국은 118을 사용한다. 같은 기준으로 석유·화학 부문에서 한국과 미국은 각각 100과 167.2의 에너지를 쓴다는 분석도 있다.

◆대외 환경은 변하고 있는데…

국제기후변화 체제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 세계 1위인 미국조차 파리협정을 재고하겠다는 마당이어서 기후변화 체제가 지속 가능할지 자체가 의문인 상황”이라며 “이런데도 한국 정부가 앞장서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32%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태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해외 감축분(해외에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해 줄이겠다는 목표)으로 파리협정에 제시한 9600만t 규모도 국제사회에서 합의가 안 된 만큼 국내 감축분으로 전환될 것이란 우려도 남아 있다. 이 경우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