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임원 인사 내년으로 미룬다
삼성그룹이 연말 사장단 및 임원 정기인사 연기를 공식화했다. ‘최순실 사태’로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이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인사팀은 지난 1일 각 계열사에 “올해 사장단·임원 정기 인사는 순연됐다”고 통보했다. 매년 12월 초 이뤄지던 인사가 연기된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각 계열사 임원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이같이 답변했다. 통보를 받은 각 사 인사팀은 임원들에게 이런 내용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삼성은 사장단 인사는 2일, 임원 인사는 5일로 예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안팎에선 올해 인사는 불가능하며 특검 일정 등을 감안하면 내년 1~2월에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사장단 및 임원 인사에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조사 준비에 집중하게 되면서 인사를 정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 법무팀 기획팀 등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1주일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답변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일각에선 인사가 내년 3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가 끝이 아니라 특검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오는 20일 안팎으로 특검 수사가 본격화하면 이 부회장을 비롯해 그룹과 계열사 고위 임원들이 소환돼 조사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검 활동 기간이 짧아도 90일, 길면 120일이란 것을 고려하면 내년 3월에도 인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추측도 돌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미래전략실 인사팀이 공식적으로는 인사를 언제 할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최소 올해는 인사가 없을 것’이라고 답변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인사가 미뤄지면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계열사의 내년 경영계획까지 연쇄적인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삼성은 이제까지 12월에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를 한 뒤 조직 개편을 단행해 왔다. 이어 연말 계열사별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이듬해 사업계획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인사부터 연기되면서 조직 개편이나 사업계획 확정 등이 꼬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올해 말 단행할 예정이던 정기 임원 인사(부사장급 이하)를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 여파에 따른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와 특검 조사 등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상당수 임원이 불려다녀야 할 판이어서 예년과 같은 시기에 임원 인사를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임원 인사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임원 승진자 수도 작년보다 대폭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석/장창민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