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은행 서비스가 빠르게 늘고 있다. 프라이빗뱅킹(PB) 자산관리시스템에 이용하는 수준을 넘어 고유자산 운용 수익 극대화를 위한 주식투자 등에 활용하는가 하면 대출자산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예측시스템으로도 쓰이고 있다.
자산관리 넘어 부실예측까지…은행들 AI 실험의 진화
KEB하나은행은 지난 5월부터 은행 고유계정을 통해 AI로 주식 투자한 결과 11월 말까지 누적수익률이 12%에 달했다. 올 들어 수익률이 높은 원자재 펀드의 최근 6개월 누적수익률이 8~9%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과라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의 AI를 활용한 고유자산 주식투자는 은행권에선 첫 사례로 수익률 성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미국 델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토대로 주가지수 움직임에 연동되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 규모는 100억원 정도다.

KEB하나은행이 은행권 처음으로 직접 투자에 AI를 활용한 것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은행권 안팎의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정보기술(IT) 트렌드를 놓치지 말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종합적인 검증이 끝나면 운용 규모를 늘리고 투자 대상도 국내외 채권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트레이딩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또 AI에 빅데이터를 결합해 가계대출의 부도 가능성을 예측하는 모형을 개발하고 있다.

은행 PB 업무에서는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다양하게 AI가 활용되고 있다. 비(非)대면 채널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인터넷전문은행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다. 저금리·저성장으로 예대마진(대출·예금금리 차이)이 줄어 수익성이 나빠지자 인력과 비용을 절감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다.

농협은행은 10월 금융봇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이 질문하면 그동안 콜센터에 접수된 기존 질문 중 가장 비슷한 항목을 찾아 답변하는 채팅 로봇 서비스다. 농협은행은 금융봇 사용자의 질문을 축적해 대화형 AI 채팅 로봇을 개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고객의 신용카드 이용 실적을 분석해 최적화된 소비 방향을 알려주는 판페이봇 서비스를 내놨다.

해외에서는 일본 3대 시중은행 중 하나인 미즈호은행이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와 제휴해 내년 초 AI를 활용한 가계대출 사업을 시작한다. 미즈호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은행계좌 입출금 내역과 소프트뱅크의 휴대폰 요금 납부 실적 등을 종합 분석한 뒤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형태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세계적인 추세기 때문에 금융회사마다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AI를 활용한 서비스와 사업 모델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