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민영화되는 우리은행,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퀀텀점프'
금융위원회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달 13일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우리은행 지분 29.7%를 한국투자증권 등 7개 과점주주에게 매각하기로 했다. 이로써 우리은행은 2001년 정부 소유 은행이 된 지 15년 만에 ‘민영(民營)은행’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민영화된 우리은행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을 통해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퀀텀 점프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과점주주 주도 경영 체제로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후 상업·한일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한빛은행이 전신이다. 2001년 예보가 설립한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되면서 정부 소유 은행이 됐다. 이후 공자위는 2010년 7월 우리금융 민영화를 의결하면서 공식 매각 작업에 처음으로 나섰다. 그러나 유효 경쟁에 실패하는 등 2014년 4차 시도까지 매각은 번번이 실패했다.

4전5기, 다섯 번째로 추진한 이번 우리은행 민영화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 투자자들이 사외이사 추천권을 가질 수 있는 물량인 4~8% 중 자유롭게 택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 임직원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은행의 건전성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높인 것도 투자 매력을 높였다.

우리은행은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해 미래 성장성을 확보하는 등 환골탈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유럽 미국 일본 등으로 올 상반기에만 세 차례 해외 기업설명회(IR)를 하는 등 ‘우리은행 가치 알리기’에 매진했다. 이 덕분에 보험사 증권사 사모펀드 등이 우리은행과의 시너지 효과와 성장성을 기대하고 대거 지분 인수전에 참여했다.

과점주주별로는 IMM PE가 지분 6%,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7%(기존 보유 0.3%)를 가진다. 또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키움증권, 유진자산운용은 각각 4% 지분을 보유하게 돼 과점주주의 총 지분 합계는 29.7%다.

관심은 우리은행의 새로운 경영 체제다. 정부는 4% 이상 지분 투자자에게 한 명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했다. 일곱 곳의 과점주주 중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을 제외한 다섯 곳이 추천 의사를 밝혔다. 금융위는 우리은행 이사회를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도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중심으로 꾸리기로 했다. 과점주주들이 협력해 금융회사를 경영하는 사실상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다양한 성격의 과점주주가 기업 가치 제고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합리적인 경영에 나서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 판도 변화 예고

우리은행이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국내 금융권 판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우리은행 민영화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기면서 리딩뱅크를 둘러싼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등 4강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은 새로운 경영전략을 통해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하고, 대한민국 금융산업이 퀀텀 점프하게 하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이 행장 취임 후 뛰어난 경영 실적을 냈다. 취임 전인 2014년 4000억원 남짓이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도 분기마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3분기 만에 작년 1년치 당기순이익 1조원을 넘어서는 1조10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우리은행의 최대 약점이던 건전성 부문도 크게 개선됐다. 2013년 최고 2.99%이던 부실채권(NPL) 비율은 1.05%로 떨어졌다. 80% 수준이던 NPL 커버리지 비율은 155.9%까지 올랐다.

NPL 커버리지 비율은 충당금(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 적립액을 고정이하 여신(3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부실대출)으로 나눈 수치다. 은행이 부실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다. NPL 커버리지 비율이 높을수록 부실대출에 대한 준비가 잘 돼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의 권고 비율은 120% 이상이다.

이 행장은 최근 사내방송을 통해 “2017년 5대 신성장동력 육성을 통해 더 큰 도약을 하고자 한다”며 “금융지주 체제 재구축 등으로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우리금융지주는 민영화를 위해 ‘몸집’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지방은행 등을 매각한 뒤 2014년 우리은행으로 흡수됐다. 하지만 은행 체제로 바뀌면서 자회사의 위험가중자산이 연결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하락했다. 이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증가 등으로 지주사 체제 전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달 금융위 주관으로 열린 예비입찰자 대상 프레젠테이션에서 이 행장은 지주 체제 전환의 당위성를 설명해 많은 공감대를 얻었다. 이 자리에서 이 행장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형태의 지주사 설립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증권사 등 인수합병(M&A) 등은 차후로 미루고 지금 있는 우리카드 등의 계열사로만 우선 지주사를 설립해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등의 효과를 보겠다고 설명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