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퀄컴·글로벌파운드리스, 기술 도용"

삼성전자와 퀄컴, 글로벌파운드리스가 반도체기술을 무단으로 도용했다며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KAIST의 지식재산 관리 자회사인 KAIST IP 미국지사는 2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연방법원에 삼성전자와 퀄컴, 글로벌파운드리스를 상대로 특허사용료를 요구하는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핀페트(FinFet)로 알려진 기술이 있다.

이는 갈수록 작아지는 반도체 칩의 실행능력을 향상하고 전력사용을 줄이는 트랜지스터의 일종이다.

KAIST IP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처음에는 이종호 현 서울대 교수가 당시 KAIST 연구진과 공동개발한 이 기술이 유행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무시했다.

하지만 경쟁사인 인텔이 이 기술의 사용권을 얻어 자체제품을 제작하자 삼성전자는 이교수를 초대해 자사 엔지니어 등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과 강연을 하도록 한 뒤 특허를 획득했다는 것이 KAIST IP의 주장이다.

KAIST IP는 "삼성전자는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이교수의 발명을 복제함으로써 개발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면서 "권한이나 정당한 보상 없이 이교수의 업적을 도용하는 패턴을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코멘트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

해당 기술은 휴대전화에서 사용되는 프로세서를 만드는데 핵심기술이다.

글로벌파운드리스와 삼성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칩을 제조한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용 반도체 칩 제조업체인 퀄컴은 두 회사의 고객이다.

이 기술의 국내 특허출원은 당시 공동연구진으로 참여했던 KAIST가, 미국 특허출원은 이교수가 각각 했다.

이 교수는 KAIST에 소송권한을 위임했다.

KAIST IP는 삼성전자와 특허사용료와 관련, 오랜 기간 협상했지만 합의하지 못해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게 됐다면서 소송에 2∼3년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소송은 한국 최고 연구기관과 한국 최대 기업 간 충돌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세계 2위 칩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한국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19%를 차지하며, KAIST는 1971년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와 혁신을 증진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설립한 연구기관이라고 블룸버그는 소개했다.

텍사스연방법원은 특허 보유자에게 우호적이라는 평 덕분에 미국 내에서 특허소송을 내는데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