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마라톤 회의에도 이란·이라크와 이견 못 좁혀…"무산시 유가 30달러대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몇 달째 논의 중인 산유량 감산 최종합의 가능성이 여전히 안갯속에 갇혀 있다.

OPEC의 오스트리아 빈 정례회의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이란, 이라크 등 주요 회원국들이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면서 감산합의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달 자국 원유 생산량을 4.5%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대신 이란은 산유량을 하루 평균 약 380만 배럴에 동결하라고 제안했다.

이외 국가에 대해서는 OPEC이 제시한 제3국 생산 수치를 받아들이라고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이란과 이라크는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2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10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지만, 이란과 이라크는 줄곧 감산이나 동결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이란은 서방제재 이전의 원유 수출 점유율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현재 원유가 헐값에 팔린다고 하더라도 이란의 입장에서는 유럽 정유업체와 아시아 고객 등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저유가가 오히려 도움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란은 하루 평균 생산량 한도를 397만5천 배럴로 잡으면 OPEC 감산 안에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의 10월 하루 평균 산유량인 368만 배럴보다 20만 배럴은 많은 수치다.

사우디는 이에 반대하며 하루 평균 370만7천 배럴을, 중재자로 나선 알제리는 하루 평균 379만5천 배럴을 한도로 제시한 상태다.

이라크는 자국 북부 지역을 장악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맞서는 상황에서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원유를 생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알제리는 이라크가 10월 산유량에서 24만 배럴을 감산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이라크는 이를 거부했다.

OPEC 비회원국이지만 미국, 사우디와 함께 세계 3대 원유 생산국인 러시아도 걸림돌이다.

알제리와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의 감산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러시아는 동결은 할 수 있어도 감산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주요 산유 시설이 있는 곳은 시베리아 지역으로, 한 번 가동을 멈추면 타격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OPEC 내에서 2위 산유국인 이라크와 3위인 이란, 비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러시아 등이 모두 감산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사우디가 굳이 자신의 시장점유율을 내어주면서 최종 감산합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OPEC이 지난 4월 카타르 도하 회의에 이어 이번에도 산유량 감산·동결 합의에 실패하고 국제유가가 추락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원유중개업체 PVM의 데이비드 허프턴은 "만약 OPEC이 30일에 신뢰할만한 감산합의를 못 내놓는다면 국제유가는 올해 말에 배럴당 40달러 선 아래로, 내년 초에는 30달러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에 OPEC이 극적으로 감산합의에 이르게 되면 유가는 배럴당 60달러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시장전문가들은 내다봤다.

TD증권의 바트 멜렉 애널리스트는 주간보고서를 통해 "최소 하루 평균 8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할 것 같다"며 감산 안이 통과되면 국제유가는 내년에 배럴당 60달러대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