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유화·반도체 회복 기대…"보호주의 등 부정적 요인도"
김인호 "최순실 사태 계기로 정부·기업 관계 정상적으로 설정돼야"

부진에 빠진 우리나라 수출이 내년에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과 주요 신흥국 중심으로 세계 수요가 회복하고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8일 발표한 '2016년 수출입 평가 및 2017년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수출과 수입이 각각 3.9%, 7.3%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도 예상 수출액과 수입액은 각각 5천165억달러와 4천335억달러로 무역흑자 규모는 830억달러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수출액과 수입액을 합한 무역규모는 9천500억달러로 3년 연속으로 1조달러 회복에는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8.0%에 이어 올해도 지난 10월까지 -8.0%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0월 월 수출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줄어들었다.

만약 우리나라 수출이 내년에 플러스를 기록하면 2014년 2.3% 이후 3년 만에 반등에 성공하는 것이다.

3%대 이상 수출 증가세를 기록하는 것도 2011년 19.0% 이후 6년 만에 처음이 된다.

김인호 무역협회장은 이날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마련한 간담회에서 내년 수출 증가세를 예상하는 이유에 대해 "신흥국 경기가 국제유가 상승과 더불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미국 신정부의 정책변화와 맞물린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구조조정 강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협상 난항 가능성 등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는 세계 경기 회복에 부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품목별로는 석유화학(11.9%, 이하 전년 대비)·석유제품(6.9%) 등 원유 관련 제품, 디스플레이(5.4%) 등의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5%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다.

김 회장은 "원유 관련 제품의 경우 유가 상승으로 수출 단가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의 OLED 채용 확대, LCD 단가 상승과 TV 대형화 등이 수출 호조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도체(3.3%), 일반기계(2.6%), 무선통신기기(1.8%), 철강(4.6%) 등도 다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선박(-1.6%), 자동차부품(-0.8%) 등의 감소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수출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순위도 지난해 6위에서 올해 8위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전년보다 5.6% 감소한 4천970억달러, 수입은 7.4% 줄어든 4천40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됐다.

무역규모는 9천10억달러로 지난해 9천633억달러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출 부진 속에서도 주력 수출 품목이 OLED, 리튬배터리,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되고, 화장품 등 유망 소비재 수출이 선전하는 등 우리 수출 구조는 질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벤처기업 수출도 올해 10월까지 전년보다 2.6% 증가하는 등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같은 기간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비중도 37.7%로 전년 35.9%보다 늘었다.

김 회장은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틈새시장 공략, 과감한 투자, 혁신 상품 개발, 마케팅 다변화 등 끊임없이 혁신활동을 벌여 우리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회장은 무역협회가 추진 중인 무역센터 등의 구조개선 작업에 대해서는 "코엑스몰은 지난 17일부터 전문유통기업인 신세계프라퍼티가 위탁운영을 시작했으며 매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역센터 종합자산관리회사인 WTC서울도 출범시켜 무역센터 임대와 시설관리를 위탁 운영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코엑스는 마이스(MICE: 회의·관광·전시·이벤트) 전문기업으로, 한국도심공항은 공항리무진과 물류전문기업으로 각각 재탄생시키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시에 잠실 MICE 인프라 관련 '올림픽 트레이드 파크' 건립 제안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 파크는 MICE·스포츠·문화·관광·쇼핑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시설"이라며 "완공되면 서비스 수출 확대, 일자리 창출, 내수 진작 등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림픽 트레이드 파크가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되도록 주무관청인 서울시 등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최근 국내 주요 기업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점에 대해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기업의 관계가 정상적으로 설정되기를 바란다"며 "정경유착은 역대 정부에서도 있었지만, 이참에 이 고리를 끊고 기업과 정부는 주지도 받지도 않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은 시장 경제와 제도라는 예측 가능한 틀 내에서 경영하고, 정부도 기업을 경영하듯 국가를 운영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김 회장은 평소 기업에 좋은 것이 국가에 좋고, 국가에 좋은 것이 기업에 좋다는 명제가 동시에 성립하는 기업가형 국가(Entrepreneurial State)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최순실 사태'가 외국인 투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외국인 투자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제도가 운영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며 "외국인들은 우리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살펴보면서 투자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김 회장은 "기업의 법인세 부담은 가급적 줄이는 게 낫다"며 "법인의 이득은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돌아가게 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