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강세 여파 7위안대 육박…美 금리인상에도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의 계속된 절하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대를 향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꺼리고 있다.

달러 가치의 상승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섣부른 시장개입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환율조작국 지정에 빌미를 제공치 않으려 중국이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25일 위안화 가치를 전거래일보다 0.12% 낮춘 달러당 6.9168 위안에 고시했다.

최근 16거래일 가운데 15거래일 동안 절하를 이어감으로써 위안화 가치는 2008년 6월 11일(달러당 6.9209 위안) 이후 8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셰야쉬안(謝亞軒) 중국 자오상(招商)증권 수석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에 의한 어떤 시장개입 징후도 발견치 못하고 있다"면서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시장 메카니즘의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에 맡겨두고 있다는 관측을 덧붙였다.

위안화의 계속되는 절하에도 중국 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서지 않는 것은 상당 부분 달러화 강세의 결과로 풀이된다.

달러화 가치 지표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5%가량 절상된 상태다.

장밍(張明) 중국 사회과학원 국제투자연구실 주임은 "달러화 가치는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트럼프가 취임 이후 자신의 공약을 그대로 이행할 것인지는 물음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 지정 등으로 압박하는 점은 중국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어서 이를 피하고자 시장개입을 꺼리는 것일 수도 있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파동에 대비하기 위한 중국의 새로운 전술일 가능성에도 시장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연준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가능할 것"이라는 위원들의 발언을 전함으로써 12월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비할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10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조1천210억 달러로 전월보다 환율방어용으로 457억 달러나 줄어든 상태다.

인민은행은 24일 위안화 기준가격을 6.9085위안으로 고시한 후 위안화가 달러화에만 묶여있는 것이 아니라 통화바스켓에 의해 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淸華)대 교수는 "위안화가 내년중 달러화 대비 3∼5% 추가 절하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였다.

이는 미중 양국간의 금리 차이이기도 하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시장에 의해 위안화 환율을 결정토록 하겠다는 반복된 다짐에도 통화가치의 폭락을 피하기 위해 꾸준히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5개월전 위안화가 연말까지 달러당 6.8위안으로 약해질 것이라는 국제 금융가의 전망이 나오자 인민은행은 위안화를 시장 세력에 의한 '쇼팅'(shorting·하락장에 베팅하는 기법) 대상으로 방치해둘 수 없다며 법적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