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값 15%↑·기부 36%↓…"최순실 게이트·청탁금지법 영향"
'희망나눔 캠페인' 3천588억원 목표…모금액 하향 조정도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올겨울은 더욱 춥고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넉넉하지 못한 경제사정에 연탄 기부 등 도움의 손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자 구호·복지단체는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의 힘겨운 겨울나기를 걱정한다.

더구나 최순실 게이트 등 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쏠려 이웃돕기가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연탄값 15%↑·기부 36%↓
전국에서 연탄 기부는 지난 10월부터 두 달간 96만 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0만 장보다 36% 감소했다.

전국 연탄 은행 31곳이 확보한 물량은 지난해 이맘때보다 37.5%나 줄었다.

운송비를 포함한 연탄 1장 가격은 573∼600원. 지난해 500원에서 15%가량 올랐다.

전국에서 약 15만 가구가 연탄을 난방 연료로 사용한다.

주로 쪽방, 홀몸노인, 노숙인 등 저소득층이다.

연탄값 상승도 부담이지만, 최근 기부까지 꽁꽁 얼어붙어 빈곤층은 힘겨운 겨울을 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탄 은행은 후원량이 줄자 저소득층 가구당 월 연탄 지원량을 150장에서 120장으로 줄였다.

가구마다 한 달에 필요한 연탄은 140장이다.

부산 연탄 은행은 지역경제 버팀목인 조선·해운 기업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연탄 보관 창고가 텅텅 비었다.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연탄 후원량이 9만장 가량 줄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12월에 펼칠 연탄 후원 봉사일정도 잡지 못했다.

부산 연탄 은행은 지금까지 해마다 후원한 기업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 거래처에 부탁해 외상으로 연탄을 먼저 들인 뒤 나중에 대금을 갚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 소외계층 힘겨운 겨울나기
경로당에선 보일러 가동시간을 줄이곤 한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경로당은 구청에서 난방비를 매년 150여만원 받고 있으나 겨울을 나기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최근 기온이 뚝 떨어졌음에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보일러를 가동한다.

경로당을 매일 드나드는 오모(77·여)씨는 "난방비 걱정에 보일러 트는 일이 무섭다"며 "경로당에 있는 사람은 주로 70∼80대 노인인데, 이제 더 자주 난방을 해야 할 텐데 돈이 부족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한모(82)씨는 "갈 곳이라고는 경로당뿐인데 난방비 때문에 궁둥이 붙이기가 눈치 보인다"고 털어놨다.

전남에 있는 한 사회복지시설은 매년 이맘때면 후원 의사를 밝히던 기업 4∼5곳과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

기저귀, 분유, 화장지 등 정기 후원자들이 보내주는 물품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경기도 한 아동보호시설 관계자는 "3∼4년 전부터 시설을 찾는 분들 수나 방문 횟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후원금이든 물품이든 시설에는 도움이 되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했다.

◇ 움츠러든 기부…"최순실 게이트·김영란법 때문"
빈곤층에게 지원하는 연탄은 이제까지 기업이나 공공단체, 개인 후원금으로 주로 장만했다.

이 가운데 전체 후원금의 70%를 차지한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특히 줄어들었다.

이런 이유로 청탁금지법과 최순실 게이트 영향을 꼽기도 한다.

충북 연탄 은행 관계자는 "공공기관과 기업이 구설에 오를 수 있다며 잔뜩 몸을 움츠려 후원이 줄었다"고 말했다.

허기복 연탄 은행 대표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합법적인 기부나 후원에도 소극적"이라며 "후원하면서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업체도 있다"고 밝혔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갈수록 기부가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고 밝혔다.

충남 홍성군 노인복지시설 장수원의 주현숙 사무국장은 "원래 개인 차원의 기부는 비중이 거의 없기도 했지만, 최근 부정청탁금지법이나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한 이슈 때문에 연말임에도 온정의 손길을 느끼기 쉽지 않다"고 했다.

대전 엠마오 양로원 관계자도 "원래 개인 후원은 거의 없고 기관과 협약으로 받는 물품 기부가 대부분이다"며 "워낙 기부가 위축되는 분위기라 전년과 다름없이 어렵다"고 걱정했다.

◇ '희망나눔 캠페인' 3천588억원 목표…모금액 하향 조정도
기부 한파 속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21일 내년 1월 31일까지 72일간 '희망나눔 캠페인'으로 성금 모금에 나섰다.

목표액은 3천588억 원으로 지난해 3천500억 원보다 2.5% 늘었다.

전년도 성과보다 1.5∼2.5%가량 상향 설정한다.

그러나 일부 공동모금회는 올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강원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동극 모금사업팀장은 "일반적으로 모금 목표는 전년도 모금액의 1.5∼2.5%가량 상향해 설정하는데, 올해는 최순실 게이트와 김영란법 시행, 경기 위축으로 모금의 손길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경기가 여의치 않다 보니 모금 목표액을 낮춰 잡는 단체도 있다.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이하 충북적십자사)는 내년 1월 말까지 일반회비 모금 목표액을 지난해보다 6.6%(1억 원) 줄인 14억 원으로 정했다.

충북적십자사 관계자는 "경기 상황을 봤을 때 실질적으로 달성 가능한 모금액이 줄 것으로 판단해 목표액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전국종합=연합뉴스) sunhy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