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 5조원대에 칼소닉 인수…도요타와 '다른 길' 걷는 닛산 주목

닛산자동차가 핵심 부품업체 칼소닉칸세이를 판다.

부품업체와 협업하며 자동차 품질 향상을 추구하는 일본의 '부품 계열화' 형태의 자동차 개발과정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3일 아사히·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닛산은 계열 최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칼소닉칸세이를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에 매각한다.

KKR은 닛산이 가진 41%를 포함해 칼소닉 지분 100%의 취득을 목표로 한다.

매입가격은 1주당 1천860엔으로 전 주식을 취득할 때 총액은 4천983억엔(약 5조3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닛산이 넘기는 41%는 2천억엔(약 2조1천억원)에 달한다.

이번 매각은 프랑스 르노에서 1999년 닛산 경영에 뛰어든 이래 '계열해체'를 단행해 온 카를로스 곤 닛산 사장이 핵심 부품업체까지 처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율주행이나 전기자동차(EV) 개발을 위한 결단으로 받아들여진다.

칼소닉은 닛산의 계열사 가운데 핵심 중에서도 핵심이다.

매출 가운데 닛산에 대한 납품 비중이 80%가 넘는다.

열교환기, 에어컨 등 대량의 부품을 납품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경주에도 'CALSONIC'을 사용한 닛산 차량이 참가한다.

다만 EV와 자율주행 보급과 함께 열교환기 등의 시장 축소가 예상되면서 칼소닉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닛산은 자율주행 조기 실현을 위해 독일 보쉬나 콘티넨털 등 구미 자동차부품 대기업과 제휴를 강화하고, 여기에 닛산의 노하우를 더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구상이다.

닛산은 세계적인 조류인 계열해체를 통해 공급업체의 기술을 활용하려고 한다.

타사가 공급한 모듈을 조립하는데 주력하면 비용은 떨어진다.

반면 부품이 공통화되면 자동차의 개성이 약화될 우려를 수반한다.

닛산의 이러한 노선은 덴소 등 핵심 계열사와 협업하며 동행하는 도요타자동차의 노선과 대비된다.

도요타를 중심으로 일본 자동차업체는 여전히 계열을 중시하고 있다.

도요타는 부품계열사 제휴도 강화하고 있다.

그룹연수원에서 계열사 신임 임원이 서로의 역사를 배우는 기회도 마련한다.

신설할 EV 기획개발조직에는 덴소 등 주요 부품계열 3개사의 사원도 합류한다.

물론 도요타도 첨단분야에서는 유럽기업들의 부품을 채용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봄 발매한 코롤라에 탑재한 충돌회피 센서는 독일 부품업체 콘티넨털에서 조달했다.

지금 일본 자동차업계에서는 닛산의 구미식 계열해체 자동차 만들기와 제휴강화를 하는 도요타식 차 만들기가 대비되고 있다.

그런데 향후에는 세계적인 규모에서 자동차부품업체 재편 가속이 예상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