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등 외압 의혹 적극 해명 나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작년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 등의 압력을 받고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는 국민연금공단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23일 오후 배포한 보도설명자료에서 자체 검토안보다 불리한 합병비율이 제시됐음에도 찬성한 것은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주식 가치의 상승 여지 등을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합병비율(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이 삼성물산 주주에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지분 보유 현황과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합병 시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 등이 합병 비율의 불리함을 상쇄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이 향후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로서 신사업 진출 기반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 효과를 고려해 의사결정을 했다는 해명이다.

국민연금은 양사 합병 주총에 앞서 주주명부가 확정된 작년 6월11일 기준으로 삼성물산 주식 1천751만6천490주(지분율 11.21%, 시가평가액 1조2천209억원)와 제일모직 주식 653만5천240주(4.84%, 1조1천763억원)를 들고 있었다.

국민연금은 또 지난해 7월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의 비밀회동 의혹에 대해 "기업의 주요 경영진과 면담하는 것은 일반적인 검토 과정의 일환"이라고 일축했다.

국민연금은 이 부회장과 홍 전 본부장의 면담이 주식운용실장, 리서치팀장, 책임투자팀장 등이 배석한 공식적인 업무였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는 합병 추진 배경과 합병 후의 비전, 합병을 통한 시너지 창출 계획, 그리고 합병비율의 변경 여지 및 주주 환원 정책 등에 대한 삼성 측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청와대 등의 외압 때문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보건복지부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자체 투자위원회에서 의사결정을 했다는 의혹도 해명했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 제5조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운영규정 제21조에 따르면 개별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내부 기구인) 투자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투자위원회에서 찬반 판단이 곤란할 경우에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열린 제2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처럼 밝혔다가 입장을 번복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기금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기금위원회 위원의 발언에 대응한 설명이었을 뿐, 삼성물산 합병 건을 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하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7월 10일 진행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는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하 당시 직책), 이윤표 운용전략실장, 한정수 주식운용실장, 안태일 채권운용실장, 유상현 대체투자실장, 이경직 해외증권실장, 양영식 해외대체실장, 조인식 리스크관리센터장, 김응환 운용지원실장, 이수철 투자전략팀장, 신승엽 리스크관리팀장, 민정기 패시브팀장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8명의 찬성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가결됐다.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 위원은 찬성, 반대, 중립, 기권, 표결기권 등 5개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서 "표결결과 과반 안이 나오면 의결권을 행사하고, 표결기권이 절반을 넘거나 어느 선택지도 절반을 넘지 못하면 전문위원회에 부의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식 평가액이 제일모직과 합병 이후 1년여 만에 수천억원 줄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근 삼성물산 주식은 주식시장의 하락세로 평가손을 나타내고 있으나 이는 업황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합병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발표 전일인 작년 5월22일부터 지난 21일까지 10.4%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건설업종, 유통업종 지수 대비 수익률로는 각각 14.4%포인트, 9.4%포인트 상회하는 등 업종 대비 양호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개별 주식 수익률은 주식시장의 펀더멘털 요인, 업황 등에 영향을 받아 시점마다 인식하는 평가손익이 달라지게 된다"며 "장기투자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